“컴포넌트기반개발(CBD)로 구현된 솔루션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사용될 수 있는 가용성·확장성·개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보시스템 투자의 대안이지요.”(CBD 개발업체 관계자)
“CBD가 재활용성을 최대 가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업무단위에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단지 ∼시스템만 CBD로 개발할 뿐입니다.”(은행 전산실무자)
요즘 들어 CBD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장에서는 그 활용효과에 대해 심각한 혼란이 노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재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CBD 방법론이 실제로는 ‘일회용’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BD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수출입은행(전체 거래시스템), 조흥은행(국외영업점 관리시스템), 기업은행(자금시장관리시스템), 서울은행(여신시스템) 등. 이처럼 은행권의 신규 프로젝트에 CBD방법론 도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도입취지에 걸맞은 실제 활용여부는 미지수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활용이 최대 목적인 CBD 방법론이 제 역할을 못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컴포넌트’의 정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인 대출시스템을 컴포넌트로 간주할지, 보다 세분화된 개인 대출조회시스템을 컴포넌트로 규정할지 은행내에서도 프로젝트마다 다른 것이다. 결국 특정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CBD 시스템은 타 업무환경에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CBD 전문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컴포넌트의 기준에 대한 객관적 잣대는 없지만 적어도 한 은행이나 계열사간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은행을 정점으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자회사 공동의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지만 CBD 도입효과가 부정적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CBD 도입에 앞서 △회사 업무단위별 표준화 △재활용을 위한 CBD의 지속적인 관리체계 △지원인력 등 전사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실제 활용주체인 은행권과 시스템 개발업체의 근시안적인 접근이 CBD를 통한 효율적인 전산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무자는 해당 프로젝트를 기간내 완료하면 되지 굳이 회사 전체의
사안으로 불릴 필요가 없다”면서 “경영층에서 확고한 마인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실토했다.
시스템사업자들도 프로젝트 수주에만 연연할 뿐, CBD 도입의 원칙과 장단점을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어 정보시스템 투자 관행의 고질적인 병폐를 부채질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