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혁 시놉시스코리아 신임 지사장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사장의 역할은 고객의 요구와 본사의 정책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열린 경영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고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봅니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자동화(EDA)업체 시놉시스의 한국지사장에 선임된 은진혁씨(34)는 젊다는 게 결코 핸디캡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퍼듀대학을 거쳐 실리콘밸리 인텔 본사에서 엔지니어 및 영업이사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00년 7월 최연소로 인텔코리아 사장에 선임되면서 국내 IT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시놉시스 지사장 자리는 동종업체 아반티와의 인수·합병에 따른 후속 작업, 반도체업체들과의 라이선스료 재계약 등 메가톤급 ‘난제’가 첩첩으로 쌓여 있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뭔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도전의식이 생깁니다. 인텔 지사장 자리는 하드웨어 업체의 특성상 꽉 짜여진 틀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면 시놉시스는 소프트웨어 업체의 자율성과 새로운 비전이 느껴집니다. 본사로부터 지사 경영에 대한 독자적인 재량권도 상당히 보장받았습니다.”

 그는 특유의 ‘화합’과 ‘추진력’을 무기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 나갈 생각이다. 인텔 시절부터 닦아놓은 국내 반도체 및 IT업계와의 인맥을 바탕으로 시놉시스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투명하며 개방적인 비즈니스로 국내 EDA시장에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특히 그는 시놉시스를 단순한 EDA툴 공급업체가 아니라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기술협력자로서 차세대 나노미터 설계기술 개발, 디자인 아웃소싱 등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아반티와의 합병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국내 영업권 문제에 대해 그는 “내주 캐나다에서 열릴 양사 통합미팅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기존 영업권자인 다반테크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놓고 다각도로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LG전자·ETRI 등 국내 고객사와 잡음을 빚고 있는 라이선스료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영구라이선스·시간제라이선스(TSL)의 선택은 고객의 판단에 달렸다”며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안을 고객과 함께 만들어 가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