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조사` 찻잔속 태풍?

전날 국내 반도체주의 폭락을 초래했던 마이크론과 D램업계에 대한 조사 파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습이다.

 20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2.15% 하락한 34만1000원으로 마감됐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보합권에서 등락하다 전날과 같은 290원으로 마감됐다. 반도체 장비·재료주 가운데는 주성엔지니어링과 코삼이 각각 3.61%, 0.68% 내렸지만 원익(2.86%), 미래산업(0.36%), 케이씨텍(1.67%), 아토(1.95%) 등 상승 종목수가 더 많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미 법무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가 D램업체들에 미치는 직접적 악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선 가격 담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올해 초 D램 가격 상승은 미국 대형 PC업체들의 수요 증가 때문이어서 판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일반적인 반덤핑 제소의 경우에도 조사기간이 2, 3년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 증명이 보다 어려운 반독점 조사에 대해서는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전 D램 불황기마다 마이크론 등에 의해 제기됐던 유사한 문제가 별탈없이 지나갔었다는 점도 향후 추가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싣고 있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D램 마진폭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 법무부의 반독점 관행 조사가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안성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쇼크를 받았지만 추가적인 악재 요인은 많지 않다”며 “최악의 경우 반독점 행위가 증명되더라도 제재범위는 벌금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가 일시 해프닝으로 끝나더라도 D램과 PC업계의 업황이 예상 보다 심각하다는 점은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가 PC업체들의 의혹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PC업계가 심각한 불경기 상태임을 반증하는 요소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PC업체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것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움직였던 D램 시장의 흐름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하반기 본격 회복이 예상됐던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기대에도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송명섭 KGI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요 PC업체들의 D램 주문량은 아직 개선 기미가 없는 등 짧은 기간내 PC나 D램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따라서 PC경기의 회복 조짐을 확인한 후 반도체주에 대한 매수에 나서는 것이 보다 안전한 투자전략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반기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정수 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과 국내 주가 약세는 일시적 악재 영향보다는 미국 기업의 실적 부진 등 미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따라서 마이크론 반독점 조사보다는 하반기 경기회복 가시화 여부에 초점을 맞춘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