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캠퍼스]사라지는 대학학내 게시판

 

 ‘교내 게시판은 지저분해지고 화장실은 깨끗해진다.’

 인터넷의 확산에 따라 대자보판이라 불리던 교내 오프라인 게시판과 화장실 벽면이 서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 70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대학문화의 중심에 자리잡았던 대자보로 인해 학내 게시판은 학내의 주요행사나 이슈에 대한 알림판으로, 대중매체상에서 할 수 없는 격론을 풀어놓는 제 2의 언론이자 토론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에 따라 학내 대자보문화가 인터넷 공간속으로 옮겨지면서 유용한 정보로 채워져야 할 학내 게시판은 더욱 난장판이 되고 있다. 학내 게시판이 인터넷으로 대부분 옮겨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각종 광고 전단지가 그 기능을 대체하면서 눈살을 자주 찌푸리게 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게시판은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정보를 주는 내용이 붙어있어도 쉽게 지나간다. 또 학교에서도 광고 전단지를 제거하기 위해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이중 삼중의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반면 화장실의 벽면은 깨끗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화장실에 들어가면 벽면은 수많은 낙서가 적혀 있어서 대학생들의 문화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화장실의 벽면에서는 이러한 낙서를 찾아볼 수 없다. 익명성을 보장해 주던 화장실이 또 다른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인터넷에 자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화장실보다는 인터넷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경북대 경영학부 김모씨는 “학교 안의 게시판을 둘러보면 누구나 지저분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게시판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게시물을 규격화하거나 액자 형식의 개별적인 테두리를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기자=정찬우·경북대 chadoli1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