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23)곤충로봇

 사람이 집 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벽 위에 붙은 까만 점. 파리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파리채를 힘껏 휘두를 때라 생각된다.

 하찮은 벌레지만 인간의 신체조건으로 날파리를 제압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온신경을 집중해도 파리가 잡힐 확률은 일류 축구선수가 페널티킥에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낮다. 초속 6∼7m로 순간이동하고 주변의 미세한 공기변화도 눈치채는 파리는 수억년 진화가 빚어낸 걸작품이다. 실내에서 인간이 접하는 곤충류는 대부분 해충이라 불리며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강적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주거공간에서 모기, 바퀴, 집개미 등 성가신 곤충을 박멸하려는 시도는 그 뿌리가 깊다. 하지만 아무리 독한 살충제, 유인도구를 쓰더라도 끈질긴 번식력과 적응능력을 지닌 곤충과 전쟁에서 사람이 완벽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전무하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집 안에서 곤충과 함께 공존하는 삶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곤충은 크기에 비해 대단한 능력을 지닌 존재일 뿐만 아니라 태고적부터 지구 생태계를 수적으로 지배해온 우세종이기 때문이다.

 로봇공학자들은 곤충류에서 여러모로 배우고 있다. 미세한 벽면 틈을 잽싸게 파고드는 바퀴의 놀라운 기동성과 디자인은 최신 첨단로봇기술로도 도저히 흉내내기 힘든 영역이다. 로봇공학자들은 지렁이, 잠자리, 메뚜기 등 곤충디자인을 흉내낸 특수로봇을 속속 개발해 다양한 분야로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예 바퀴의 능력을 터득한 로봇도 등장했다. 바퀴벌레에 원격제어용 전자칩을 삽입해 적진을 정탐하거나 인질극 상황을 파악하는데 활용하는 군사용 바퀴로봇도 개발된 상황이다. 예컨대 곤충은 로봇기술에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로봇교과서인 셈이다.

 다시 파리잡는 얘기로 돌아가보자. 현대인은 해충을 잡기 위해 물리적인 수단(파리채, 신문지 등) 대신 무차별적인 화학전(살충제)을 더 선호하고 있다. 수시로 방안에 △킬러를 뿌리는 것도 모자라 한달 내내 켜놓는 액체형 전자모기향까지 널리 보급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나는 싸구려 살충제가 곤충만 죽이고 사람몸에는 전혀 해가 없다는 광고문구를 믿지 않는다. 특히 냄새가 안난다고 방안에서 살충제를 마음껏 뿌리라고 부추기는 TV광고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각종 환경호르몬 때문에 남성 정자수까지 급감하고 어린이 피부염도 늘고 있다. 이제는 살충제를 대체할 새로운 해충구제법을 개발할 시기가 아닐까.

 날씨가 더워지면서 성가신 곤충이 많이 날아든다. 이럴 때 파리, 모기를 때려잡는 가정용 로봇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곤충의 날갯짓 주파수를 감지해 파리채를 휘두르는 로봇이 나온다면 무더운 여름밤 사람과 곤충 사이에 작은 평화를 지켜줄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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