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결제씨는 거추장스런 지갑을 버린 지 오래다. 지하철을 탈 때, 점심을 먹을 때, 동료들과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실 때,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도 김결제씨는 현금이 필요없다. 이동전화단말기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동전화단말기로 모든 지불과 결제를 대신하는 김결제씨의 모습은 머지 않은 우리의 미래상이다.
음성통화 기능으로 출발했던 이동전화단말기는 초기에는 시계·계산기의 기능이 추가됐고 데이터통신기능이 가능해지면서 게임·채팅·노래방·VOD 등 다양한 기능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위치추적시스템(GPS)과 더불어 이동전화단말기가 앞으로 갖추게 될 기능 중 가장 각광받는 것이 바로 전자결제다.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폰 뱅킹과 PC를 통한 인터넷 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이젠 모바일 뱅킹도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이미 이동전화단말기는 계좌이체는 물론 소액에 한해 전자상거래 지불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가상계좌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계좌와 연동시킬 수 있어 결제기능까지도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모바일뱅킹서비스가 출현하면서 단말기가 점차 선불카드와 후불카드의 지불기능을 속속 대체해가고 있다.
향후에는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지불과 결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가 선·후불 카드의 지불기능은 물론 직불카드의 실시간 결제기능까지 대체해 말그대로 현금이 필요없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TF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이동전화단말기 후불 교통카드 사업을 승인받아 후불교통카드 기능과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결제 전용 휴대폰 케이머스폰을 출시했다. 이 단말기는 RF칩과 적외선 결제 솔루션 및 송출 포트가 탑재돼 있다. 케이머스폰은 자신의 신용카드정보를 무선으로 전송받아 메모리에 저장한 뒤 단축키를 누르면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교통카드인식기에 적외선으로 전송해준다. 이 단말기는 교통카드를 대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RF인식기만 갖춰지면 언제 어디서나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KTF는 이 단말기의 활용폭을 넓히기 위해 오는 8월 말까지 서울시 자판기조합 및 국민카드와 함께 전국에 RF음료자판기 1700여대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교통카드가 대중교통요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모습을 사라지게 했듯이 이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면 될수록 더이상 거추장스런 지갑은 우리들의 주머니 속에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특히 카메라가 내장된 3세대 단말기는 상품구입시 바코드를 휴대폰으로 인식해 대금을 지불하고 동시에 자신의 계좌에서 결제까지 완료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통신사업자·신용카드사는 물론 금융·제조·유통 등 다양한 업계는 황금알로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전자결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제휴 바람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미 정부도 업계와 공동으로 모바일 전자결제를 위한 플랫폼의 표준화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가 현금과 각종 카드를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전화단말기를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보안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한창이며 신용정보를 단말기에 다운로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단말기에 아예 개인의 신용정보를 내장한 칩을 심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바일 전자결제는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단말기가 지갑은 물론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