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기술협력 주제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던 한국과 중국간 HDTV 기술 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계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한중 HDTV소위원회를 앞두고 지난주 중국 칭화대 기업합작위원회측에 HDTV용 ASIC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자부품연구원(KETI) 국제협력팀과 삼성전자연구소 관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달말 베이징에서 칭화대 및 산하 칭화동방·칭화자광·칭화기업집단 등 HDTV관련 기업·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한중IT공동세미나를 갖고 △중국측의 기술이전 요청내용 △우리측에서 협력할 기술제공 조건 △HDTV 표준화 등의 내용을 상호 조율하게 된다.
송동일 삼성전자 HDTV연구소장은 “이번 모임에서는 중국측이 이전을 원하는 HDTV 기술분야와 세부 표준화 부문에 대한 상호의견을 조율하면서 협력범위를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규환 대우전자 영상기기사업부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유출한다는 인식을 보이면서 상호협력의 물꼬를 트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중국 당국이 오는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HDTV 기술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교류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산자부 반도체전기과장은 “칭화대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문제가 이미 KETI 국제협력팀의 실무차원에서는 확정됐으며 정부도 지원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혀 연구소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앞서 영상기기연구조합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의 HDTV연구소장은 지난 19·20일 이틀간 원주에서 워크숍을 갖고 중국측에 대한 HDTV 기술지원방안 및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중시 HDTV 기술이전을 약속했으나 민간기업들이 기술이전 등에 어려움을 표하면서 몇 차례 HDTV소위원회가 무산되는 등 곡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정부가 2008년 월드컵을 앞두고 본격적인 HDTV 기술개발 의지를 표명하면서 민간차원의 기술협력에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한중 HDTV 협력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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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6:제1차 한중 HDTV소위원회 개최(중국 항저우)
2000. 3:중국측 사정으로 워크숍 개최 무산
2000.11:중국측 사정으로 제2차 한중 HDTV소위원회 개최 연기
2001.8:한중 HDTV기술협력 워크숍 및 실무회의 개최(중국 베이징)
2001.12:제2차 한중 HDTV소위원회 개최(한국 서울)
2002.11:한중 HDTV소위원회 개최 예정(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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