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가 날로 다양화·복합화되면서 서비스별로 독립적인 통신망의 영역이 파괴되고 영역 다툼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망사업자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망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신규서비스를 자체망에 적극 흡수하며 기존 통신망사업자와의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택시콜서비스의 경우 CDMA이동통신망(IWF)과 주파수공용통신(TRS)망이 경합중이며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CDMA망에 무선데이터망·무선호출망 등이 도전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보안서비스도 KT저속망과 무선데이터통신망·CDMA망이 경합하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KTF는 최근 부산지역 개인택시조합과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부산지역 택시의 절반이 넘는 1만3000여대의 개인택시에 정보단말기를 설치해 CDMA망을 이용한 무선결제서비스와 택시콜서비스를 시작, KT의 자회사로 TRS사업자인 KT파워텔과 사업영역에서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KTF는 컨소시엄에 투자한 사업비 외에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200여억원 상당의 데이터망연동장치(IWF) 투자를 단행했으며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어서 택시콜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삼는 KT파워텔을 긴장시키고 있다. KT파워텔 진양호 시장개발본부장은 그러나 “KTF가 IWF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콜의 시차가 커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무선결제 부문에 한정될 것”이라면서 “콜서비스 부문은 다시 KT파워텔망을 사용하는 복합 운영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서비스 분야에선 기존 저속 전용망에 이어 이동전화망과 무선데이터망이 새로 등장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상된다. 보안업체들은 그동안 데이터 수신용으로 KT의 50bps·300bps급 저속전용망을 이용해왔으나 KT의 투자확대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CDMA망과 무선데이터통신망 등 무선통신망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모 보안업체는 이미 이동전화망과 무선데이터통신망을 활용한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데이터 송수신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미 기존 무선데이터통신망과 이동전화망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선데이터통신망 사업자들은 보안업체 수요는 물론 무선 신용카드 결제용 통신망 등의 시장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한 무선데이터통신 업체 관계자는 “특정서비스 부문에서는 망 제공가격과 전송속도 면에서 무선데이터통신망이 우수하다”며 “CDMA망과 비교해봐도 무선데이터망이 데이터서비스의 처리속도나 효용성 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운행중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는 이동전화망에 무선데이터망·무선호출망이 도전하는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다. SK텔레콤·LG텔레콤·KTF 등 이동통신 3사가 이동전화망을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가운데 무선데이터통신망업체·무선호출망업체 등도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한 무선호출업체의 경우는 텔레매틱스의 성격상 온디맨드(on demand) 개념의 이동전화망보다 푸시(push)서비스가 가능한 무선호출망이 적합하다고 보고 국내 모 대기업 관계사와 단말기 개발을 검토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통신망 영역 파괴와 경쟁이 유무선 통합서비스 추세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