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소비자들의 생활패턴과 직결된다?’
월드컵이 개최된 이달 들어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급감했다. 전국민적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려 사람들이 매장에 발길을 끊은 탓이다.
신용카드 공동망 운영업체인 한국신용카드결제(대표 차우식)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1억4000여만건에 달했던 국내 신용카드 거래건수가 5월 들어 비슷한 수준으로 주춤한 뒤 이달에는 15∼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하반기 한달 신용카드 거래건수가 사상 처음 1억건을 돌파하는 등 수년간 꾸준히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감소폭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위 업체인 한국정보통신도 지난달 4800만건에서 이달에는 4500만건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월드컵이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면서 거래실적을 좌우하는 변수인 개인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VAN 업계는 통상 신용카드 성수기로 연중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를 꼽는다.
대표적인 시즌이 각종 송년모임이 집중되는 연말과 선물 구매물량이 많은 명절 전. 이에 비해 가맹점 출입이 뜸한 여름철 휴가기간은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국민적 축제라 답답함을 드러내놓지 못하지만 월드컵같은 대규모 이벤트 기간도 마찬가지다.
연중 시즌 외에도 구체적인 패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요일·날씨·기념일 등 사안사안에 따라 실제 신용카드 거래실적이 들쭉날쭉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가운데 주중에 해당하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비교적 거래가 활발한 반면 일·월요일은 크게 줄어든다.
장마철을 비롯, 집중호우나 폭설·태풍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도 카드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 등 가족·친지 위주의 기념일이 많은 달도 당일 거래실적은 뚝 끊긴다. 신용카드결제 고재훈 부장은 “신용카드 거래실적을 하루 단위로 살펴보면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명절·기념일 전 선물 특수나 연말 등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날에 비교적 거래건수가 많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고도 광고효과 외에는 별 재미를 못보는 가운데, 장마와 여름철 휴가가 다가오면서 더욱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