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도, IT도 요코하마로!

 축구도, IT도 요코하마로!

 ‘항도(港都) 요코하마행 티켓은 이미 우리가 예약했다.’

 포루투갈·이탈리아·스페인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세계 축구사를 다시 쓰고 있는 한국은 25일 요코하마에서 결승전을 치르기 위한 전초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재물로 삼는다.

 작지만 단단한 나라, 한국의 승승장구에 유럽의 강호들은 넋을 잃은 채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더 이상 무시해도 좋을 작은 나라가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로 손잡아야 하는 강대국으로 재인식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8강 진출의 문턱 앞에서 멈춰선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이제 한국을 소리쳐 응원하고 있다.

 요코하마 시내의 카페와 술집 입구에는 ‘월드컵 한국전 중계’라고 써붙인 안내가 곳곳에 있으며 도쿄 국립경기장에서는 한국의 남은 경기를 대형 화면으로 보여준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인식만 바뀐 것은 아니다. 축구에 앞서 한국의 IT는 요코하마로 건너갔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IT기술과 상품은 일본보다 한수 뒤진 것이 아니라 대등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국 제품에 강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산 첨단 가전제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삼성과 LG는 더 이상 일본 소니에 뒤진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 IT기술의 대표격인 음성데이터통합(VoIP) 인터넷전화기술도 일본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일본업체로부터 솔루션과 장비·단말기 등을 공급해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국내 IT업체들은 요코하마를 발판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호기를 마련하고 그동안 기술력은 높게 평가받으면서도 브랜드가 낮아 해외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슬픈 과거를 청산할 수 있게 됐다.

 때를 놓칠세라 삼성과 LG 등은 브랜드 일류화를 굳히기 위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은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삼성 브랜드의 세계 일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첨단 고가제품 수출을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LG는 국가위상 제고와 함께 해외에서 ‘고급 LG’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는 중국 내에서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한·중·일 축구리그 후원, 아시아의CDMA 벨트 형성, 정보통신 및 화학분야 중국진출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월드컵 경기장 광고 등을 통해 해외에서 크게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판매 확대 방안을 모색중이다.

 한국의 IT가 요코하마에서 IT강국임을 입증하고 이 곳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의 IT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는 전망은 해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소니와 도요타 제품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찾는 저가브랜드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KOTRA 해외무역관들은 월드컵의 홍보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의 리스본 무역관은 한·포르투갈전을 전후해 질서있는 응원 등에 대한 우호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으며 제고된 국가이미지가 상품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국의 인천을 닮은 도시 요코하마, 그 곳에서 한국 축구와 IT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