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기업들은 스팸차단솔루션 도입에 아직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N과 LG전자가 테라스테크놀로지의 서버용 스팸차단솔루션 ‘메일와처’를 구입했고 경북대가 플러스기술의 ‘메일쉴드’를 구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데모버전만을 설치했다. 관공서 10여곳과 교육기관 몇몇이 쓰리알소프트의 스팸차단솔루션 ‘스팸브레이커’와 지란지교소프트의 ‘스팸스나이퍼’ 등의 데모버전에 관심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정식버전을 구입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한국전산원은 스팸차단솔루션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스팸차단 기능이 내장된 바이러스차단 솔루션을 구입했을 따름이다.
◇스팸피해에 대한 인식부족=이처럼 정부와 기업들이 스팸차단솔루션 도입에 미온적인 이유는 우선 스팸이 일으키는 피해규모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래디카티(Radicati)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가 스팸으로 입게 될 피해는 약 20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메일폭탄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급격히 떨어짐으로써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서버의 처리능력 또한 급강하해 다운되는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격대비효과 확신 부족=래디카티 보고서는 스팸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의 관리소홀 및 정책부재와 함께 차단솔루션의 부재를 꼽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별도의 차단솔루션을 구입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차단기능만을 위해 2000만∼5000만원대의 솔루션을 구입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는 지적이다.
전산원 관계자는 “몇몇 스팸차단솔루션을 테스트해본 결과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차단성공률이 50%를 밑돌았다”며 “인터넷을 통해 스팸패턴 업데이트 기능을 제공한다지만 대응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는 대표적인 차단솔루션으로 꼽히는 백신SW의 차단율이 99%에 육박하고 인터넷 업데이트가 완벽히 제공되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다.
또 기존 메일솔루션이나 백신SW에서 간단한 스팸차단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솔루션을 구입할 필요를 못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포털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팸차단솔루션의 핵심은 패턴입력에 따른 필터링이 아니라 대용량 트래픽처리기술”이라며 “단순히 스팸패턴만을 걸러내는 기능은 다른 SW에서도 제공되는데 이를 구입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쓸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버 일괄차단 개인 자율권 침해 우려=정부 관계자는 제품의 기능상 문제점뿐 아니라 이를 서버에 도입해 일괄적으로 차단할 경우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통부 홍성완 사무관은 “기업에서 회사 서버 보호를 위해 차단솔루션을 도입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이 필요로 할 수도 있는 정보를 무조건 임의로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가 인터넷 내용등급제나 스팸메일 광고표시제 등을 실시하는 것도 각자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유해정보를 차단토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팸차단 및 분석 기능이 백신소프트웨어와 같은 유사제품에 흡수통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연구소와 시만텍 및 트렌드마이크로 등은 각사의 서버용 바이러스백신 제품에서 간단한 스팸차단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 등은 차단솔루션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이미 안철수연구소와 공동마케팅을 위한 제휴를 맺은 상태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근 P2P서비스 냅스터(Napster)의 공동 창립자인 조던 리터(Jordan Ritter)가 클라우드마크(Cloudmark)라는 신생업체를 설립하고 스팸차단에 P2P기술을 도입해 사용자들간에 스팸리스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스팸넷(SpamNet)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