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최근 인터넷 B2B 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을 발주하고, 통상 3개월 가량 소요되는 프로젝트 기간을 4개월로 늘려 잡았다. 하반기부터 토요휴무가 본격 시행되면 개발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전산 프로젝트 발주·수행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전체 공기 연장은 물론, 시스템 개발업체에 대한 적정 비용 산정 기준도 새롭게 짜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주요 고객인 솔루션업체들은 근무시간 조정이나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앞으로 달라질 근무양태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솔루션 업체 A사는 시스템개발에 투입된 은행 파견직원들에게 하반기부터 토요일 근무에 따른 특별수당을 따로 챙겨주기로 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비록 당직자가 있더라도 은행이 휴무일이라면 파견직원들만 근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지금까지는 휴일도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근무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솔루션 전문업체인 B사는 지금부터 발주되는 신규 전산프로젝트의 경우 토요 휴무를 감안해 개발기간을 늘리거나 휴일근무를 강행해야 한다면 개발단가의 상향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B사 관계자는 “개발기간이 늘어난다면 현금회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가용인력이 생겨나므로 이점이 있다”면서 “또한 현재 시스템통합(SI) 사업의 표준단가가 제시돼 있으나 토요근무를 고려하면 일정부분 단가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요자와 공급자로 확연히 구분되는 ‘수직적’ 거래관계의 전산시스템 개발분야가 직접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당분간 현행 근무체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기관과 ‘파트너’ 관계인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지불대행(PG) 업체인 C사는 토요 휴무가 실시되더라도 회사차원에서는 공식 근무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실적에 따른 금융기관간 대규모 정산이 수시로 이뤄지는 데다, 콜센터 등 소비자들의 불만접수 채널도 항상 열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금융포털 업체인 e신한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상시 협력이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신규 서비스 개발이 요구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여유가 없다”면서 “산업계 전반에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될 때까지는 현행 근무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