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도 궁합 맞아야 주가 뜬다

 올들어 인수합병(M&A)을 공식발표한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의 주가가 예전처럼 상승세로 일관하지 않고 인수 및 피인수 업체의 실적 및 사업내용, 인수합병의 시너지효과, 시장지배력 등 요인에 따라 차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포엠이와 합병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올들어 M&A를 발표한 그로웰텔레콤,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가오닉스, 에이콘 등 5개 업체의 경우 M&A를 공식발표한 날을 전후해 며칠간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에스엠, 에이콘을 제외한 3개 업체의 24일 현재 주가는 M&A 발표일보다 하락했다.

 이는 M&A를 단행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발표일 이후 실제 M&A를 진행해 나가면서 투자자들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으며 오히려 주가 하락세를 탔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물론 최근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조정 장세가 이들 업체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동안 M&A 자체가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더존디지털웨어 주가 향방에 주목=24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전문업체인 뉴소프트기술과의 합병을 공식발표한 더존디지털웨어의 M&A건은 상반기 최대의 ‘빅딜’이라고 할 만하다. 이날 합병을 재료로 더존디지털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7.27% 상승한 2만1400원에 마감됐다.

 하지만 증시에선 더존디지털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향후 확실한 ‘합병효과’가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존디지털과 뉴소프트기술의 합병이 각각의 취약부문을 보완하고 ERP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향후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조정에 따른 불안, 합병 초기 제품 중복에 따른 혼선 등 부정적인 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향후 주가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M&A 효과=그로웰텔레콤은 합병승인 주총일인 지난 3월 28일 전날을 포함해 이틀동안 약한 증가세를 기록하며 36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4일 종가는 하한가인 1310원으로 추락, 3개월 동안 주가가 170% 이상 떨어졌다.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도 시네마서비스와의 합병소식이 알려진 지난 4월 22일, 전날까지의 4거래일 연속 상승세에 밀리며 오히려 1만9100원까지 하락했고 이조차 지키지 못하고 24일에는 하한가인 1만2050원까지 떨어졌다. 가오닉스도 스타맥스와의 합병이 지난 19일 임시주총에서 승인됐지만 주가는 이날부터 떨어지기 시작, 24일 현재 1130원까지 하락해 3일간 낙폭이 23%에 달했다. 이는 3개 업체의 최근 주가가 M&A의 수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M&A 성격 따라 주가흐름 달라진다=전문가들은 M&A건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은 증시 초호황 상태를 제외하면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 ‘한 사업이 안되는데 또다른 사업을 벌인다고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줄 때 비로소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차장은 “M&A도 성격과 향후 방향성, 내용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도 무조건 M&A에 부화뇌동하는 것보다는 어떤 기업간의 M&A인지, 이들의 통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명확히 짚어본 뒤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