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업체들과 해외 메이저업체들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건 대격돌을 벌이면서 PC업계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내수시장을 장악했던 국내 기업들이 최근 수요 감소로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 거대기업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직면, 자금력이 취약한 일부 기업이 퇴출되는 등 PC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3위권을 넘볼 정도로 급부상한 한국HP, 올해들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컴퓨터는 물론 한국후지쯔·소니코리아·도시바코리아 등 일본계 3인방이 국내 노트북시장에서부터 데스크톱에 이르기까지 세력을 급속히 확대, 국내 기업들과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1분기 이들 업체의 노트북PC 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26.5%로 50%에 이르는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위 업체인 LGIBM과 3배 가량 격차를 벌였으며 지난해에 비해서는 5% 정도 점유율이 높아졌다.
이는 그동안 외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리점망·브랜드인지도·애프터서비스 등이 홈쇼핑·인터넷쇼핑몰·양판점으로 대변되는 신규채널 등장과 외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광고, 애프터서비스망 확충에 따라 이제는 더이상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트북PC 전문포털인 노트북인사이드가 지난달 실시한 노트북PC 선호도 조사에서는 비록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하긴 했지만 1위부터 4위 업체가 LGIBM·소니·컴팩·도시바 순으로 나타나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토종기업을 크게 앞질러 국내 업체를 놀라게 했다.
외국 업체들의 정확한 시장예측을 근거로 하는 행보도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HP는 지난달 인텔 모바일 펜티엄4 CPU 가격 인하에 따라 이달부터 펜티엄3 노트북PC를 단종하고 펜티엄4 노트북PC 체제로 전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재고물량으로 인해 펜티엄3 제품을 이달에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는 등 시장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하반기 대반격을 벼르면서 신제품 출시, 차별 마케팅 기법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는 그나마 브랜드력을 앞세워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였던 중소 PC업체들은 1분기 적자로 인해 유일한 무기인 가격 경쟁력도 예전만 못해 위기감이 더욱 높다.
이렇다보니 중소기업간에 M&A를 통한 규모 키우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중소 PC업체인 디오시스가 대주주로 있는 삼보정보통신이 최근 현대멀티캡의 주식을 인수, 1대 주주로 부상하는 등 중소기업간 M&A도 구체화되고 있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가 지나면 국내 PC업계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이라며 “이제는 생존차원에서 회사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