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트랜스포메이션]업종별 현황-금융·유통·물류·의료·농축산

◇금융  

 굴뚝이 없지만 제조업에 비해 더욱 굴뚝의 색깔이 짙은 금융산업에도 e트랜스포메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산업이 최근들어 법·제도적 환경변화와 무한경쟁시대의 개막에 대비, 새로운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눈뜨는 인터넷 마케팅=올 초 세간의 관심을 가장 먼저 받은 쪽은 신용카드. 지난해부터 사회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카드업에 정부는 고강도 규제의 칼을 들었고,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길거리 모집 등 기존 영업관행에서 탈피, 회원모집에서 카드이용 촉진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마케팅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카드사들은 또 규제강화와 경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체질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그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올 들어 비씨·외환·농협 등 주요 신용카드사들은 기존 기간업무시스템의 처리용량을 대폭 증설하거나 개방형 웹 환경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주회사 확산=금융업의 겸업화·대형화를 상징하는 지주회사 확산 움직임도 e비즈니스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다양한 금융자회사를 동시에 거느리고 복합 금융서비스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주회사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당장 드러날 변화는 은행을 정점으로 한 온라인사업의 연계다. 단순 사이트 링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터넷 뱅킹·보험·트레이딩 등 자회사 온라인 서비스를 지주회사의 모습으로 묶는 작업이다.

 우리은행·신한은행 등은 지주회사의 전략을 반영한 형태로 하반기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개선키로 했으며, 조흥·하나은행도 지주회사를 염두에 둔 온라인사업 전략을 준비중이다. 선물·옵션·장외파생상품 등 올 들어 가장 많은 신종 상품이 진입하고 있는 증권업종에서는 당장 전산시스템을 새로운 제도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이 급선무다. 이를 기반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종전 거래중개형 트레이딩서비스를 지능형·맞춤형 환경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변화양상이다.

 ◇종합개인자산관리서비스=대신·LG투자·동원·대우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능형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한편 증권과 각종 금융상품을 연계한 종합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S) 환경으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그동안 보험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달 들어 공표되면서 향후 그 영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골자는 한마디로 시장진입 규제완화와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 특히 온라인 보험사의 경우 자본금 100억원이라는 종전 요건이 25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아지면서 향후 대기업과 전문보험사의 잇따른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필두로 온라인 보험시장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유통·물류

 유통분야의 올해 e트랜스포메이션 주요 과제로는 공급망관리(SCM) 확산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자카탈로그, XML/EDI 보급이 손꼽힌다.

 ◇인프라 공동구축=지난 5월 LG유통·롯데마그넷·삼성테스코·한국까르푸·한화유통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와 제일제당·삼양사·유니레버 등 제조업체는 SCM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통분야 SCM을 공동으로 도입, 운영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표준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 및 바코드를 활용해 판매와 재고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와 사업추진에 따른 거래조건 합의 등 사전준비를 마쳤다.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정부의 공동보조에도 가속이 붙었다.  

 산자부는 유통산업 XML/EDI 시범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메이저 유통업체와 주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XML/EDI 도입 및 시범사업 자문위원회’를 설립했다. 자문위원회는 산자부와 한국유통정보센터, 각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XML/EDI 및 SCM 담당 실무 관계자로 구성되며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시범사업과 관련한 유통업계 요구사항과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산자부는 또 이에 앞서 VAN기반 EDI, 웹기반 EDI, XML/EDI 등 유통업체마다 다른 EDI시스템을 확장성표기언어(XML)기반으로 표준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XML/EDI 방식’을 시범 도입·보급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두드러지고 있는 e트랜스포메이션=물류분야에는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 등 기존 오프라인 기반 물류업체의 e트랜스포메이션 행보가 두드러진다. 기존 물류업체의 e트랜스포메이션은 신규 사업기회 확대와 전통적인 사업구조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신규사업으로 떠오른 분야는 3자 물류(3PL). 지난해 CJGLS와 한솔CSN 등이 3PL 전문업체를 표방하며 약진하자 이른바 물류 빅3라고 불리는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3PL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은 3PL을 통해 수익구조를 고부가가치 사업위주로 점차 탈바꿈하는 한편 물류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모바일 환경 도입을 통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대한통운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모두 6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97년부터 운영해온 유닉스기반 택배전산시스템을 웹환경으로 전환하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의약분야>

 올해 의료·의약 분야에서는 대형업체의 e트랜스포메이션 움직임에 중견·중소업체까지 편승하면서 의료계 전반에 걸쳐 정보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의료분야=서울대병원이 최근 전자행정시스템을 가동하고 진료증을 스마트카드로 발급하는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데이터웨어하우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이 활발하다. 중소병원도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를 활용, 과도한 초기투자비용을 줄이면서 정보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온라인구매를 통한 비용절감 움직임은 보수적인 병원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의료원, 연세대학교의료원 등 주요 병원들이 구매대행을 위해 이지호스피탈·케어캠프닷컴·연세닥터 등을 설립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도 의료 e마켓인 메디링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e마켓은 최근 주주사뿐만 아니라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어 e마켓을 통한 구매대행 바람은 병원전체업계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제약분야=제약분야에서도 동아제약·유한양행·대웅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에 이어 매출 200억∼300억원대의 중소 제약회사들이 IT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서는 형국이다. 대화제약은 고객관계관리(CRM)와 영업자동화시스템(SFA) 도입을 추진키로 했으며 태준제약은 혁신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식관리시스템(KMS)을, 한림제약은 기업공개시점에 맞춰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을 준비중이다.

 특히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유유산업·제일약품 등이 SFA를 구축한 후 영업사원의 자택근무를 개시, 또는 고려하고 있는 등 중견제약업체의 e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의약품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HELF라인)이 사업개시 1년도 안 돼 좌초위기를 맞는 등 아직까지 의약품 B2B에 대해서는 의료·의약계 모두 보수적인 분위기다. 이에 따라 최근 의약품 전자상거래 업체인 케어베스트가 유통사인 엑손팜과 통합하는 등 온라인시장에서의 기업성장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오프라인과의 제휴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농축수산>

 농축수산 분야에는 지난해부터 민·관에서 각각 추진해 온 e마켓플레이스가 하나 둘 문을 열었다.

 ◇전자카탈로그시스템 오픈=산업자원부 농축산부문 네트워크 구축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코리아 농축산 B2B컨소시엄은 전국 546개 농축산기업의 DB와 1만7950개 상품을 수록한 전자카탈로그 시스템을 최근 오픈하고 정식가동에 들어갔다.

 코리아 농축산 B2B컨소시엄이 구축한 농축산 카탈로그는 우육·돈육·계육 등 축산 주요 3개 품목과 미곡류, 과실류 등 30여개 농산품종을 대상으로 총 82만7150개의 상품 데이터와 2만3650개 기업 데이터 등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다.

 농협은 지난 5월 농산물 인터넷도매시장(e마켓플레이스)인 ‘B2B하나로(http://www.b2bhanaro.com)’를 정식 개장했다.

 지난해 6월 개발에 착수, 1년여 만에 문을 여는 ‘B2B하나로’에는 양곡류·청과물·축산물·화훼류 등 다양한 품목이 망라돼 있으며 산지농협이 정가나 경매방식을 통해 판매하게 된다. 또 각종 영농자재나 생활용품을 역경매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

 수협이 40억원 예산을 투입한 수산물 전문 B2C 사이트인 바다마트도 사이트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수협은 바다마트를 향후 냉동식품, 건어물 중심의 B2B e마켓플레이스로 확장, 수협의 상품 수발주 및 입고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독자 e마켓 속속=업계가 자체 구축한 B2B e마켓플레이스도 속속 선보였다.

 롯데닷컴은 자체 축산B2B e마켓플레이스(http://meat.lotteb2b.com)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CJ푸드시스템(http://www.cjfood.com)은 식재료 e마켓플레이스사업, 온라인 수발주 시스템, 가정용 식단배달 사이트로 온라인사업을 다각화하고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종합 식자재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