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들에 ‘업무혁신’이란 단어는 사실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e마켓플레이스, e프로큐어먼트 등 e비즈니스의 핵심역량들보다 먼저 인식됐다. 정보화에 앞선 그룹들은 수년전부터 내부환경의 업무혁신을 통해 원가절감, 각종 효율성의 증대를 노렸다. 최초의 전산환경 혁신에서부터 구매, 영업, 회계,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각 사업부에 적용된 업무혁신은 e비즈니스의 심화와 더불어 ‘e트랜스포메이션’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B2B에 대해 회의감을 토로하면서도 e트랜스포메이션을 부정하는 기업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기와 투자를 조율할 뿐이다. 이는 e트랜스포메이션이 e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리는 B2B EC보다 큰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들의 e트랜스포메이션 현황과 향후 전략을 통해 e비즈니스 방향성을 조명한다.
◇현대그룹=현대그룹은 최근 MH(몽헌)의 경영일선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제한적인 투자에 머물렀던 각 계열사의 e트랜스포메이션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은 지난 4월 해외법인을 연결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국내 8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SCM프로젝트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산업자원부 B2B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건설자재의 분류체계 및 e카탈로그도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 자회사인 현대증권과 현대투자신탁증권은 연내에 CRM, EIP, KMS 등을 도입키로 했으며 리바트가구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그룹웨어와 KMS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상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전자무역 인프라 도입을 검토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MK(몽구)가 지휘하는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IT조직만도 총 505명에 달하고 있어 e트랜스포메이션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기업 e비즈니스 인프라 도입의 최대 화제는 현대기아차의 ERP시스템 도입. 회사측은 일단 미국생산공장에 ERP를 선적용하고 국내 전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오픈후 실적용에 들어간 e프로큐어먼트 ‘바츠닷컴’을 통해 B2B EC, 조달 선진화를 실현하고 향후 글로벌 e마켓 등과의 연계를 노린다. 현재 도입중인 CRM시스템을 위해서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현대·기아차 고객관련 정보 및 서비스업무의 통합을 추진중이다.
생산부문에서는 주문·인도 프로세스 혁신을 지원하는 ‘SCM/OTD’가 최근 구축완료됐고 주간생산계획시스템인 ’MS’도 연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INI스틸도 e프로큐어먼트 추진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을 지난해 말까지 마치고 구축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현대독립계열그룹=MJ(몽준) 산하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정보전략계획(ISP) 수립을 완료하고 현재 ERP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문서관리시스템(PDM)도 도입할 예정이다.
백화점 그룹으로 분리된 현대백화점은 최근 3단계 CRM과 신용판매 컴퓨터통합시스템(CTI), 신수불시스템을 구축완료했다. 또 연말까지 여행부문 상용출장관리시스템, 의류단품관리시스템, KMS, 홈쇼핑시스템 등을 구축해 운영키로 했다. 이밖에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석유화학 등도 통합관리시스템, ERP시스템 구축을 연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LG그룹=LG그룹은 현재 50개 계열사 가운데 전자계열사간의 시스템 통합과 금융 계열사들의 인프라 구축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LG전자, LG필립스LCD,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 전자계열 4사는 지난해 SCM, CRM, ERP를 하나로 묶은 전사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협력체제를 강화했다.
그룹 e트랜스포메이션의 간판인 LG전자는 올해 구매효율 극대화와 e비즈니스 접점 강화를 위한 내·외자 및 소싱 e프로큐어먼트 통합에 나선다. 특히 통합 e프로큐어먼트에는 통관, 회계, 운송, 인증 등의 기능도 포함시켜 글로벌 B2B 구매포털 구현을 노린다.
금융계열사인 LG카드는 아웃소싱계약시스템, 카드시스템 신국제 및 신가맹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LG화재는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는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DW), 신정보시스템 등의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LG건설은 연내 공사관리시스템(PMS)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LG패션은 SAP ERP와 매장중심지원시스템(웹POS)의 연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계열인 LG화학은 올 7월 ERP를 오픈하고 향후 SCM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G정유는 지난해 ERP·e프로큐어먼트 등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계열 가스사들의 내부시스템 혁신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동부그룹=동부그룹은 e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제조·건설, 금융, 바이오 등 3개 핵심사업별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동부그룹은 우선 올해부터 제조·건설부문의 계열사별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또 금융부문에서는 지난해 e비즈니스 인프라 조성차원에서 설립한 동부DIS와 동부FIS를 활용, 업체별로 사내업무시스템 혁신에 주력하고 추후 통합작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그룹차원의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올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 등 사내 업무시스템 통합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동부한농화학·동부화재 등은 하반기에 ERP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생명은 기존 인트라넷 시스템에 정보계시스템·신영업시스템 등을 순차적으로 연계해 업무프로세스를 통합하는 작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금융부문 4개사는 특히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고객확보·관리에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동부생명은 올해 데이터웨어하우징(DW)·고객관계관리(CRM)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동부화재는 기존 콜센터와 CRM을 연계한 콜센터 재구축과 영업포털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99년 ERP를 도입한 이후 IT 투자를 줄였던 두산그룹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IT 투자를 다시 강화할 전망이다. 두산은 먼저 하반기 내 중역정보시스템(EIS)과 기존 레거시 데이터를 ERP와 연계하는 작업을 마무리짓고, 이를 그룹 내외부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두산은 이를 위해 △지식경영시스템(KMS) 확산 △기업정보포털(EIP) 구축 △고객관계관리·공급망관리(SCM)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하반기 내 계열사 중 오리콤과 두산건설에서 활용중인 KMS를 그룹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며 우선적으로 전자문서교환(EDI) 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또 현재 웹 포털 수준인 그룹사이트를 EIP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두산은 현재 그룹내 각사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에 CRM·SCM 개념을 일부 적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늦어도 내년에는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