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석유화학업계의 e트랜스포메이션는 △ERP 도입을 통한 내부 인프라 구축 △공급망관리(SCM) 확장 △구매효율화로 요약된다. 관련 업계는 그동안 공급과잉·가격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려 e비즈니스 투자를 다소 늦춰왔지만 기업투명화와 디지털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ERP 구축=내수시장보다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석유화학업계의 절박한 논리가 기업 글로벌화로, 이를 지원하는 ERP 도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7월 한화석유화학이 ERP를 가동한 이후 업계 선두업체인 LG화학도 오는 7월 ERP를 가동한다. 약 60억∼70억원의 예산을 들인 삼성종합화학도 오는 11월 ERP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호남석유화학도 연내 ERP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SCM으로 확장=내부 시스템 통합에 이어 대부분의 기업이 공급망관리(SCM)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 이들 기업은 특히 화학산업의 특성상 판매계획이 정확히 나와야 재고최적화 등 일련의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이에 적합한 SCM 구축방안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LG화학은 e비즈니스 중장기 전략에 따라 하반기부터 SCM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LG화학과 LGCNS의 일부 인력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에 대해 사전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종합화학도 최근 경영진에 SCM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말 이에 대한 예산 확보에 나설 삼성종합화학은 생산·판매 계획의 최적화 등 내부 시스템과의 효율적인 연계에 초점을 맞춰 SCM을 구축할 예정이며, 화학산업에 특화된 솔루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석유화학은 오는 2003년 SCM 도입 검토를 위해 하반기부터 내부 검토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은 우선 그룹 차원에서 SCM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협력사관리시스템(PRM)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매효율화=구매효율화를 위한 전자구매(e프로큐어먼트) 시스템 운영도 한창이다. LG화학 등에 이어 대한유화공업은 올해 약 6억원의 투자비용을 들여 전자구매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석유화학도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전자구매시스템의 활용을 늘리고, MRO를 중심으로 일부 제품은 e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한 구매대행을 실시해 비용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건설
주택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건설업계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형건설사 위주로 진행되던 IT투자가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CRM의 중요성이 새로 부각되는 등 건설업계에서 e비즈니스는 이제 경쟁력으로 직결될 만큼 큰 무게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IMF 이후 건설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수익성.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 등이 이를 위해 ERP를 도입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기업정보포털(EIP)을 구축하는 등 선두업체들의 IT통합이 줄을 이었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 4월 국내 400여개 현장을 비롯해 세계 40여개국, 120여개 지사와 현장 등을 연결하는 통합ERP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대림산업·LG건설 등이 이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코오롱건설의 업무절차혁신(PI) 추진을 비롯한 각 회사의 공사관리·프로젝트관리시스템 구축 등도 건설업종의 핵심 키워드다.
◇경쟁력의 핵심 ‘협업’=주요 건설사는 비용 및 작업시간 절감을 위해 자사 협력업체와의 협업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협업화는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현재 추진 중인 내부 시스템 효율화 이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협업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IT투자에 소홀하던 하도급업체들 역시 대형건설업체의 관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돼 건설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협력업체용 공사관리시스템을 웹 버전으로 새로 개발해 하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도 ERP에 이어 협업시스템 구축을 올 하반기 중점추진사항으로 정하고 이에 대한 사전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LG건설은 현재 20여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체 개발 협업시스템인 ‘e웍스21’의 사용범위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모바일시스템 부상=현장이 많은 건설업계 특성상 실시간 관리를 위한 모바일시스템도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된다. 대림산업건설부문은 이에 대해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하반기부터 모바일시스템의 현장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등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섬유
최근 몇년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섬유산업은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글로벌 경쟁체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시점이다. 섬유업계는 올초부터 불황극복을 위해 ‘저비용·고효율 주력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2002년도 경영전략으로 정했다. 특히 그 실천방안으로 e비즈니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내세우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내부 인프라 정비=다른 업종에 비해 섬유업종은 e트랜스포메이션 속도가 뒤져 내부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은 편이다. 최근 1∼2년 섬유업계의 정보기술 투자가 업계 불황으로 인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효성·(주)코오롱 등 대기업 등이 ERP를 본격적으로 운용하며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한국섬유산업엽합회는 지난해부터 B2B사업으로 진행되던 중소기업의 내부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기업간 협업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섬유업계가 고부가산업 육성으로 돌아서며 CRM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LG패션·성도 등 대부분의 섬유패션기업이 CRM 정착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CM=대기업들의 SCM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일모직·SK글로벌(직물부문) 등은 자사 협력사를 중심으로 가동하는 정보공유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본격화할 예정이며 코오롱·LG패션 등도 SCM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QR사업으로 B2B시범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중견·중소기업으로 SCM 확산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기업과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해외 업체와의 SCM 구축으로 더욱 관심이 쏠리는 추세다.
◇전략적 구매=효성·새한 등 대기업에서 신원·BYC·쌍방울 등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온라인 구매를 하지 않던 주요 섬유·패션업체가 일부 품목에 한해 온라인 구매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조달(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을 자체 구축하거나 개방형 e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한 코오롱도 올 상반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으며, 경방·일신방직·대한방직 등으로 구성된 대한방직협회도 e마켓을 통해 MRO 구매를 본격화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구매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구매가 확산될 전망이다.
기계
기계산업은 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전산실을 갖추고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e트랜스포메이션나 기업간 협업을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소속 회원사 700여개 중 종업원 50명 이하의 기업이 98%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종업원 50명 이상, 연매출 300억∼400억원 정도면 중상위 기업에 속할 정도다.
◇업무절차 혁신(PI)=그동안 IT 투자에 소홀하던 대기업의 변화가 뚜렷해졌다. 한국중공업에서 간판을 바꿔 단 두산중공업은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으며 변화관리 프로젝트도 대대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특히 현재 사용하는 ERP를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른 솔루션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우종합기계도 지난해 말부터 경영혁신팀을 중심으로 업무혁신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대우종합기계는 협력사와 설계도면 공유를 위한 3차원형상시스템을 개발하고 자체 개발한 ERP시스템을 패키지로 교체하는 등 사내 시스템을 e비즈니스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생산하고 있는 기계제품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엔진부품사의 e세일=선박이나 수송기계의 엔진과 부품을 생산하는 STX·HSD엔진·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문 등이 기계업종의 e비즈니스 중 대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이다. 이들은 기계업종에서도 상위기업으로 e트랜스포메이션 형태가 주로 부품의 온라인 조달과 판매사이트 개설로 나타나고 있다.
동종업종에서 처음으로 독립e마켓 형태의 사업부문을 분사해 엔진엠닷컴을 설립한 STX는 올해 본격적인 해외판매를 위해 영문버전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또 150개 협력사와 통합배송을 위해 사내 벤처 ‘엔츠(ents)사업부’를 설립,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HSD엔진도 사설 e마켓을 가동, 제품판매와 AS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B2B시범사업=대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의 B2B시범사업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계산업의 특성상 산업의 전후방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고, 완제품 기계부터 그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수직계열화돼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관리 기반의 협업추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자부의 협업분야 첫 지원대상자로 대우통신과 44개 부품업체가 기계업종으로 신청한 것이 좋은 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