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관련 산업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해 93년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도메인 숫자가 130개에 지나지 않던 것이 2000년에는 2200만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PC의 성능은 향상되고 가격은 떨어져서 이용자들의 통신 및 사업 활동 형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 놓았다. 현재 북미·유럽·아시아를 중심으로 5억13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인터넷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이용자들의 금융 활동도 바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 2650만 가구가 각종 금융활동 중 한가지 이상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인터넷 사용 가정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금융·상거래·금융 정보·보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럽 소비자가 2000만명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 붐의 거품이 빠지자 온라인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금융 업체들이 이제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거래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 이들은 대개 상거래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로서 온라인 투자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고 편리하기 때문에 이를 많이 이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온라인 투자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금융 사이트를 통한 금융거래와 활동도 감소했다.
이같은 온라인 금융의 침체현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금융 거래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편리한 새로운 온라인 금융 채널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자와 각 가정은 자산을 증식시키고 금융 거래·신용·거래 보호 등을 강화하면서 투자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자문을 언제나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더욱 편리하고 낮은 비용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금융분야 응용 프로그램이 앞으로 유망할 것이다. 따라서 관련 사업이 부진하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지금이 잠시 숨을 고르고 시장의 요구를 재평가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여기에서 미국의 e금융(eFinance) 서비스 시장을 검토해 보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미국의 사정은 다른 나라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미국 e금융 서비스 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므로 이의 분석은 참고가 될 뿐 아니라 관련 기술 및 응용 프로그램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4년에서 62년에 출생한 X세대와 62년 이후에 태어난 Y세대의 가정이 미국 전체 e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46년과 5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는 전체 e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19%를 점유하고 있고 미국 가정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정년 퇴직자들은 e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9%에 지나지 않는다. e금융 서비스 이용자 중 젊은 세대의 가정 형태별로 보면 그들 중 30%가 비교적 젊고 독신이거나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자녀가 아직 없고 20%는 자녀의 나이가 12세 미만이다.
소득수준을 분석해 보면 e금융 이용자 중 67%가 중산층이고 33%가 부유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이상 부유층은 세대당 연간 소득 10만달러 이상이나 금융 자산 50만달러 이상의 소유가정을 말한다. e금융 이용 가정의 거의 3분의 1이 연간 소득 10만달러 이하고 55%의 금융 자산이 10만달러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e금융 이용 가정의 연간 평균 소득은 6만2000달러, 평균 금융 자산이 25만3000달러로서 이는 모두 미국 전체 가정의 연간 평균 소득과 금융 자산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e금융 이용 가정의 금융 자산은 부유층 평균 자산 60만800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금융 이용자의 교육 수준을 보면 초기에는 ‘중간 계층’이 과반수 이상이었으나 점차 4년제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와 그 이하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이용자의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다. 4년제 대학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이 지난 96년 60%에서 98년 55%, 2000년에는 51%로 낮아졌다.
e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동기별로 행동형(actualizer), 만족형(fulfilled), 성취형(achiever), 경험추구형(experiencer) 등의 부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연구 조사에 따르면 행동형 소비자가 전체 이용자의 26%, 성취형 소비자가 22%, 경험추구형 소비자는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형은 e금융을 이용해 자기 개인 금융을 성공적으로 활발하게 관리하는 이용자고, 성취형은 온라인 금융 정보를 많이 알고 또한 성숙돼 있어서 자신의 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소비자며, 경험추구형은 시간을 절약하고 짧은 시간에 관리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e금융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다.
이처럼 중산층과 부유층은 모두 금융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데 e금융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금 잔고를 조회하는 데 온라인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또 부유층은 투자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 데 중산층보다 e금융을 훨씬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층별로는 고령 은퇴자나 전후 세대보다 X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e금융 이용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계약을 맺을 때에는 금융기관 담당직원을 직접 만나서 처리하는 경향이 아직 높다.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로 e금융 시장은 당분간 느린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e금융을 통한 거래 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금융 서비스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거래 활동이 어느 정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무선 네트워크와 개인 휴대정보단말기(PDA)를 포함한 PC 대체 정보기기 수요의 확대가 앞으로 e금융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정보기기는 주로 현재 PC를 기반으로 e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외의 한국이나 홍콩 등 지역에서는 유선 네트워크보다 이동 통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온라인 금융 서비스 사용자들이 PC 대신 이동 통신 단말기를 가지고 ‘이동 금융’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e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사이트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뱅크원닷컴(BankOne.com), 시티뱅크(Citibank), 아메리트레이드(Ameritrade), 메릴린치 온라인(Merrill Lynch Online), 아메리칸익스프레스닷컴(American Express.com), 캐피털원닷컴(CapitalOne.com), AOL퍼스널파이낸스(Personal Finance), MSN머니센트럴(MoneyCentral),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컨추리와이드홈론스(Countrywide Home Loans), 블룸버그닷컴(Bloomberg.com), WSJ닷컴(.com) 등이 있다.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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