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지난해 업계 최대 규모로 경영혁신(PI)를 추진해 주목을 받은 포스코는 올해 PI 2기 조직체제를 정식 출범, 중단없는 PI에 나섰다. 특히 포스코는 1차로 완료한 PI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그에 따른 조직·제도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PI 1기는 지난 99년부터 2년반동안 전사적으로 추진해온 경영혁신 프로젝트로서 여기서 구축한 ’포스피아’시스템을 통해 재고를 지난해 6월의 절반수준인 50만톤으로 낮췄다.
올해는 PI 2기의 일환인 ‘6시그마’로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추진되는 과제는 ‘자동차용 강판 냉연두께 편차감소’ ‘스테인리스 주원료 최적 구매믹스 산출방법 개선’ ‘수요예측 내부 프로세스 개선’ 등이며 오는 2005년까지 총 1680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6시그마 활동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내년 11월 전문가 양성과정인 ‘6시그마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총 2880명의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6시그마 활동의 효율적인 관리와 성공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포털사이트 ‘시그마로’도 지난 4월 개발된 상태다.이밖에 포스코는 향후 효율적인 구매를 위해 공급사 평가 측정 툴인 SRM(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구축과 구매비용, 재고, 재료비 등 다양한 분석을 가능케 하는 구매부문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 등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삼성그룹은 일찍이 e트랜스포메이션의 키워드를 정보화로 정하고 ‘e비지니스 추진 정보화 5대 과제’를 도출해 추진하고 있다. 정보화 5대 과제는 △CRM(고객 의도파악·로얄고객 확보) △SCM(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역량 공조) △EC(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확산) △VBM/KMS(가치경영·지식경영 체계 구축) △IT인프라(인터넷 기반의 정보인프라 확충)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총 63개 계열사의 e트랜스포메이션은 국내 어느 그룹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은 기업정보포털(EP). 이 포털을 통해 계열사 전 직원 대상의 지식경영(KMS)이 추진된다. 63개 계열사별로도 저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ERP·SCM 등을 활용한 글로벌 e비즈니스를 지속확대한다. CRM을 전사업부로 보급하고 e프로큐어먼트인 글로넷의 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삼성코닝·삼성SDI 등은 자재구매의 B2B를 글로벌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자와 물산은 전자무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출입시 업무효율화를 노린다. 호텔신라는 전자결재 확대와 더불어 전사적 통합정보 기반 e비즈니스호텔로의 변신을 꾀한다.
◇SK그룹=SK그룹은 사업의 융합화·복합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의 개발을 e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즉 각 관계사가 가진 e비즈니스 핵심 역량을 시장환경에 맞게 새로운 형태로 커스터마이징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관계사별로 살펴보면 주력회사인 (주)SK는 10여개 단위사업으로 구성된 포털사이트 OK캐쉬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엔트렉·네트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국의 3700여 주유소와 13개 지역 물류센터를 활용한 물류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글로벌도 인프라 사업으로 미국 MBE사와 제휴한 종합우편사무 서비스 체인망인 MBE(Mail Box and Etc)와 자체 전자상거래 물류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한 택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관계사들의 개별전략을 종합해 SK는 이미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 및 온라인서비스를 포함한 e비즈니스에 SK텔레콤의 무선인프라를 활용해 여러가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주)SK·SK글로벌의 물류인프라를 이용해 물류·택배 배송방법을 제공하는가 하면 SK텔레콤이 투자 또는 솔루션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인증·보안, 전자지불·전자화폐 등의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600만 이동통신가입자와 1800만 OK캐쉬백 회원의 DB를 활용해 DBM과 CRM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주력사업인 유통 분야를 주축으로 e트랜스포메이션을 활성화한 후 이를 제조·물류·건설 등 타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의 e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롯데백화점·롯데마그넷·코리아세븐·롯데닷컴 등 계열사의 통합 e마켓플레이스와 통합CRM을 기본 골자로 하는 LCN(Lotte Commerce Net)으로 대표된다.
롯데그룹은 LCN 구축을 통해 롯데백화점·롯데마그넷·코리아세븐 등 유통 계열사의 고객접점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계열사와 중소협력업체간 공급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관리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역량을 제고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보다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의 SI 자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 계열사와 중소규모 협력업체의 IT인프라를 구축하는 협업적IT화 사업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선정했다. 롯데그룹은 세부적으로 각 계열사들이 e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유통·물류·제조· SI 등 계열사간 역할을 조정, 조만간 그룹 차원의 거시적인 e전이 전략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한화그룹은 최근 효율화와 원가절감,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확장을 접점으로 하는 e비즈니스 2단계 전략을 본격화했다. 한화는 이를 위해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온 계열사별 ERP구축 프로젝트를 이달 말 마무리짓고, 인적자원(HR)·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구축을 위한 사전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는 또 한화석유화학·한화종합화학·한화/건설·한화에스엔씨 등 주력 계열사에 이어 최근 한화/무역의 ERP구축을 끝내고 이를 기반으로 내외부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와 공급사와의 협업 정보화 체제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화는 올해 ERP의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3개 프로젝트의 사전연구와 조사작업을 벌여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사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화는 우선 내부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전체 그룹사에 HR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한화에스엔씨를 시범사로 선정해 업무분석에 들어갔다.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진행되는 한화에스엔씨의 HR 도입이 끝나면 전체 계열사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한솔그룹=한솔그룹은 전체적인 e트랜스포메이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 IMF 이후 중장기 전략이 없다보니 효율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힘들고 경영혁신 담당자들도 IT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기업인 한솔제지도 별도로 IT 투자 방향성에 관련한 ISP 수립을 검토하는가하면 한솔텔레컴을 중심으로 전체 그룹사의 ISP를 수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솔CSN이 오는 11월 ERP를 가동하게 되면 한솔전자 등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솔제지 등에서 ERP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시기상의 문제와 더불어 그룹사의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룹의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투자하겠다는 것이 한솔그룹의 원칙이다. 이에 따라 제조부문의 계열사의 경우는 경영지표와 직결된 영업의 효율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솔포렘·한솔파텍·한솔케미언스 등은 영업시스템 재구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연구위원-거시적관점의 전략개발 필요
최근 IT불황과 경기침체로 인터넷으로 촉발된 디지털 경제혁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 정부나 기업의 e비즈니스 정책도 갈팡질팡한 관계로 산업계에 뚜렷한 디지털혁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미흡했다고 보여진다. 정부의 각종 e비즈니스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대부분 인프라 구축 측면에 치우쳐 있고 기업도 마찬가지로 e비즈니스를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20∼30년 동안 추진해 온 ‘정보화’의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경제혁명으로서의 디지털화를 보는 시각이 협소하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주는 예다. 결국 경제적 변화로서의 접근이 미흡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동안의 e비즈니스 추진전략이 임기응변적이었으며 미시적인 부분만을 대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초고속정보통신만을 확보하고도 이를 IT와 직접 연관된 산업을 제외한 여타 산업분야에 경제적 변신을 촉발하는 응용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경제혁명의 영향을 광범위하게 예측·판단해 추진전략을 개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고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선진기업의 모방정책을 취해 온 우리나라가 디지털경제혁명의 전략개발이나 추진프로젝트를 검증할 대상을 마땅히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는 e비즈니스를 단순히 생산성 향상을 지향하는 점진적 혁신의 도구로만 보는 미시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앞으로 전통기업과 정부는 디지털화로 새롭게 발생될 제품·서비스와 시장, 산업조직 등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는 급진적 혁신도 함께 고려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 추진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거시적 접근방식이란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이의 실현요소로는 프로세스·제품·산업조직을 대상으로 한 혁신 정책과 실행을 뒷받침하는 기술적·법적·제도적인 인프라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디지털경제혁명에 적합한 선진경영 모델의 개발 △탈대중화와 유연성에 대응한 프로세스 개발 △지식융합 제품·서비스·솔루션 개발 △산업조직의 전문화와 통합화 등이 필요하다.
이같은 혁명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의 추진틀을 개발하기위해서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자사 사업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생태에 대한 분석과 그 속에서의 자사의 역할·위상 재정립,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보방안 등이 절실하다.
정부가 e비즈니스의 거시적인 틀을 기반으로 한 가칭 ‘디지털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정부는 이 계획 아래 제품, 프로세스, 산업조직과 그에 따른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발 시범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개발· 추진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된 결과물이 산업체로 확산되고, 아울러 수출상품화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면 디지털경제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틀림없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