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필름인쇄 방식을 고수해왔던 학습지업체, 사설학원, 출판업체들이 최근 고속 프린터나 디지털 복합기 등을 채용하면서 이 시장이 고속복사기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교육 방식이 천편일률적인 주입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이른바 ‘맞춤형’으로 변하면서 손쉽게 내용을 교체할 수 있는 학습지업체, 사설학원 등이 고속 프린터, 디지털 복합기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 필름인쇄기의 경우 수정을 위해서는 필름을 다시 떠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최근 고속 복사기나 디지털 복합기는 PC에서 바로 수정이 가능한 데다 속도면에서도 분당 290장의 책 4권을 찍어낼 만큼 빠른 출력속도를 제공, 필름인쇄기 시장을 대체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전국에 6만5000개의 사설학원이 있을 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업체들의 시장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IBM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학습지 업체인 ‘블랙박스’에 고속 레이저 프린터를 공급했다. 블랙박스는 이를 이용, 6만명 회원에게 상급·중급·하급의 수준별 학습지를 출판, 개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필름인쇄에서는 번거로웠던 수준별 학습지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회사는 향후 학습지 편집 소프트웨어 등을 보강해 개인만을 위한 문제, 설명으로 꾸며진 학습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출판대행업체인 국민피엔텍에 고속 프린터를 공급했다. 국민피엔텍은 이 제품을 이용해 학습지 업체인 대양이엔씨에 맞춤형 학습지를 공급하고 있다. 출력속도가 60장급 이상의 디지털 복합기를 선보인 신도리코는 이 제품이 대형 출판에 적합하지 못하지만 PC와의 연계를 통해 편집이 쉽고 속도도 어느 정도 빠르기 때문에 중소규모의 학원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학습지 업체들이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동종업계에 고속 프린터 제품의 효율성이 확산된다면 기존 필름인쇄기 시장을 장기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소요돼 당분간은 해당업체가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학습지 출력대행 업체를 중심으로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