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23)시스템통합

 정보화의 첨병인 시스템통합(SI)은 IT컨설팅에 기반한 시스템구축 작업을 전 사회영역에 걸쳐 수행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래서 SI업계는 컴퓨터나 전산공학은 물론이고 경영·금융·산업 등 여러 전문분야별 노하우와 연구인력들을 필요로 한다. 지금도 전산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 가운데 하나가 SI분야다. 국내 정보화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SI분야의 기술 인력을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급 SI업체에서 일하는 전산 엔지니어 수만도 2만여명에 달한다. 결국 SI분야는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한 초보 엔지니어와 수십년 넘게 이 분야에 종사해온 베테랑 선배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국내 전산인력들의 집합소이자 보물창고인 셈이다. 따라서 SI분야의 연구 대상에는 경영·법·제도·행정 등은 물론이고 프로젝트관리·정보시스템감리·SI품질관리·아웃소싱·e비즈니스 등 정보화 전략 분야와 소프트웨어공학, 솔루션(ERP·CRM·SCM·SEM 등), 정보보호 등 대부분의 IT영역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경영정보학·전산과학·소프트웨어공학·시스템공학 등 다양한 기술들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SI산업의 기술적인 특성은 오히려 SI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방해해온 측면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IT 요소기술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연구나 SI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기업 소속으로 있는 대부분의 SI업체들은 계열사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각자 나름대로 전산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었고 이를 외부에 이전, 공급하는 형태로 SI사업을 전개해왔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엔지니어들을 SI업체로 통합시킴으로써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따라서 국내 SI업체 연구소에는 그룹 계열사의 전산 담당자나 솔루션 사업부 출신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런 가운데 급변하는 고객요구에 대응하고 핵심 솔루션의 확보를 통해 SI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SI분야 연구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SDS·LGCNS·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 등 현재 국내 SI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 대부분이 효율적인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세스와 핵심 솔루션 개발을 위해 별도

의 연구조직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삼성SDS의 경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준성 상무(48)를 중심으로 SDS 정보기술연구소와 첨단SW공학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컴포넌트표준화포럼 응용표준분과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박 상무는 컴포넌트기반설계(CBD)와 관련된 각종 국내외 콘퍼런스마다 빠짐없이 강사로 초빙될 정도로 이 부문 연구경험이 풍부하다. SDS정보기술연구소의 윤심 기반기술팀장(39)과 김승겸 부장(41) 또한 전산 박사 출신으로 웹서비스, 지식관리, 트랜잭션 프로세싱, 고성능 인터넷서버, 액티브 데이터베이스 등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LGCNS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의 이숙영 소장(41)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 소장은 LGCNS의 전신인 LGEDS에 입사한 후 고객 빌링시스템을 EDS의 환경이 아닌 자사의 환경에 맞도록 구축했으며 프로젝트관리, 개발방법론, 품질 및 테스팅, 시스템분석, 설계기법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 분야의 이론적 체계를 갖추는 데 노력해왔다. 김영온 정보기술연구소장(43)도 87년부터 LGCNS에 근무하면서 객체 및 컴포넌트 방법론 연구에 꾸준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90년 통합 CASE를 적용한 보통예금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사차원의 재사용을 위한 컴포넌트 개발에 이르기까지 LGCNS가 컴포넌트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다.

 쌍용정보통신 또한 복병학 소장(42)을 중심으로 25명의 석·박사급 인력으로 구성된 SI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첨단 IT기술에 대한 조사 및 분석과 SI 솔루션 개발, 국정 연구과제 수행, 해외 전문 솔루션업체와의 기술 협력, 대외 SI전문가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기술자문·컨설팅·제안서작성시 평가단) 구성 등이 기술연구소의 주요 연구대상이다. 특히 이 연구소를 이끄는 복 센터장은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비롯해 데이터웨어하우징, 전사적자원관리(ERP), 컴퓨터와 통신의 통합(CTI), 지식관리시스템,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SI 활용기술을 총망라한 SI현장 실무자를 위한 종합 지침서인 ‘시스템통합의 핵심기술’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대우정보시스템 기술연구소는 양승우 소장(47)과 백종현 정보기술연구팀장(34)을 중심으로 핵심 솔루션, 정보기술아키텍처(ITA), 컴포넌트기반설계, 웹서비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 소장은 대우무역으로 입사해 대우전자 전산실과 대우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개발센터, e비즈 관련 솔루션사업부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 기술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백 팀장은 인공지능·휴먼인터페이스·e비즈니스 분야 등을 전문으로하는 이학박사 출신 엔지니어로 KCSC/J2EE 워킹그룹 간사이자 광운대 컴퓨터교육과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현대정보기술도 이대영 상무(48)가 이끄는 정보서비스센터(ISC)에 IT컨설팅·모바일·데이터웨어하우스·CRM 등 전문분야별 9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 유기조 수석연구원(44)은 현대전자 근무시절 주전산기 개발에 동참했다. 건국대학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유 연구원은 그전까지는 워크스테이션 개발을 담당했으며 97년에 현대정보기술로 적을 옮겨 현재 시스템아키텍처 설계분야 연구를 맡고 있다.

 또한 한진정보통신의 이태호 기술연구소장(51)과 한전KDN 이주연 기술연구센터장(51), 비트컴퓨터 전진옥 기술연구소장(43) 등도 SI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인력들이다. 특히 전 기술연구소장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프트웨어공학연구부장, 실시간컴퓨팅연구부장, KCSC 컴포넌트표준화포럼 부위원장 등을 거치며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재다.

 SI업계가 최근 주력하는 핵심 연구주제 가운데 하나인 소프트웨어 품질보증분야에서는 핸디소프트의 안유환 이사(40)를 빼놓을 수 없다. 안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ETRI 소프트웨어 품질보증 연구팀장을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핸디소프트의 품질개선을 주도해 ISO9001 인증과 조직성숙도모델(CMM) 2단계 인증을 획득하는 데 주역으로 활동했다. 특히 안 이사는 소프트웨어수행능력평가(SPICE)와 CMM 등의 프로세스 심사 모형,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모델링, 소프트웨어 품질평가, 방법론 등에 대한 연구와 이를 사업체에 적용한 경험을 수십여편의 연구논문으로 발표했다. 정보처리학회 이사,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심사인협회 이사, 한·카네기멜론 기술교류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이같은 SI업계의 연구 노력은 SI분야가 사회·경제적인 영역은 물론 여러 IT기술들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관이나 학계에 포진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들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의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고려대 안문석 교수(58)만해도 현재 학계에 몸담고 있지만 경제기획원 예산업무정보화시스템 구축에서부터 감사원 회계결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행정업무의 정보화는 물론 정보화추진위원회·규제개혁위원회 등 행정정보화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와 연관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차세대 전자정부 비전 수립을 목표로 올해 출범한 지식기반전자정부연구센터(KeGRC)나 국제정보정책·전자정부연구소도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의 김성희 교수(54)와 성균관대 행정학과 김성태 교수(47) 등이 각각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SI학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현수 교수(44)도 수년간 데이콤(옛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에 근무하며 대형 행정전산망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으로 SI산업 예산제도, 사용자가치 중심의 SI사업대가 기준 연구 등 각종 산·학·관 SI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SI분야에서도 국가정보화 확산을 위한 견인차 역할과 함께 반도체와 자동차를 잇는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SI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산·학·연 공동의 연구 노력들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