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이다>(3)벤처 세계화의 기틀 만들자

 한국축구의 정신은 바로 벤처정신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팀이 전세계를 놀라게했던 벤처정신, 즉 한국혼을 벤처기업들에 심어 벤처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월드컵이 남겨준 또다른 숙제다.

 월드컵 무대에서 영원한 약체로 분류되던 한국팀의 ‘4강진출 신화’는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IT업계에는 벌써부터 축구만큼 강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축구를 세계 4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과 이를 통해 나타난 한국팀의 변화된 모습은 어떻게 해야 한국을 IT강국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함께 우리가 거둬들인 가장 확실한 월드컵 효과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히딩크 축구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가장 강력한 장점으로 떠오른 ‘강인한 체력’은 벤처기업에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정신력만을 앞세웠지 이를 뒷받침할 체력이 부족하다보니 힘센 유럽선수들만 만나면 맥없이 무너지기가 일쑤였는데 이는 아주 사소한 외풍에도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현실과 너무나도 흡사한 부분이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 팀들보다 훨씬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강호를 연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벤처기업에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세우기보다는 이를 뒷받침할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재차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순서와 상식을 지키는 선에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 것이 한국팀이 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며 “이같은 히딩크 감독의 전략이 국내 벤처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또 “히딩크 감독이 선진축구를 그대로 들여오기보다는 한국축구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수들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한국축구의 독창성을 만들어냈듯이 우리 벤처기업도 현실을 바탕으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사업 자체도 성공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해 나서기보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이번에 한국 대표팀 운영에서 벤처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우리 대표팀이 4강신화를 이룰 수 있는 배경에는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능력 위주로 선발해 구성하고 또 모든 선수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키워왔기 때문에 세계 수준에 맞춘 용병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CEO가 뚜렷한 목표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상품 다양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이 강조해온 ‘생각하는 축구’는 벤처기업에서의 기획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KOREA’라는 브랜드는 이미 전세계 60억 인구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잇따라 연파하며 4강진출 신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이 너무나도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백만명의 길거리 응원단이 펼친 사상 초유의 응원열기도 이같은 인지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또 개막식 행사와 월드컵 기간중에 벌이고 있는 다양한 IT행사를 통해 국내 IT기업들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벤처업계에서도 이같은 대내외적인 국운상승의 호기를 발판으로 세계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에 들떠 있다. 물론 내적인 성장을 전제로 한 희망과 기대다.

 이에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한국 벤처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모이는 한민족글로벌네트워크(INKE)를 활용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포스트 월드컵 전략’을 마련해 실시키로 했다.

 이와관련, 벤처기업협회의 장흥순 회장은 “최근 ‘벤처윤리위원회’를 구축해 기업윤리경영 확산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며 “벤처기업의 위상제고 및 선진경영기법 보급 등을 위한 창구를 만드는 등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