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지구촌의 축제인 2002 한일 월드컵축구 열기로 전세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축구팀도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불가능할 것만 같던 신화를 이뤄냈으며 이제 변방이 아닌 세계축구의 중심에 우뚝 섰다.
어제 치뤄진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한국축구는 명장 히딩크의 지휘 아래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경기의 내용이 훌륭하든 못하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어제의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 선수와 국민 모두가 붉은 물결 아래 하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팀이 분명 선진축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을 느끼고 있다. 한국축구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진영까지 파고들고, 빠른 스피드 축구를 구사하여 국민적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세계적 강팀으로 조련된 것은 기초체력을 보강한 데다가 상대능력을 정확히 꿰뚫고 대응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을 구사한 데 있으며, 여기에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 용병술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무리 테크닉이 좋아도 줄기차게 뛸 능력이 없으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상대팀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세계 일류 팀과 견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강한 기초체력을 지니게 되었고 상대팀을 꿰뚫어 보는 분석력을 키웠기에 자신감도 살아나 4강의 문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한국축구를 보면서 우리 축구팀이 기초체력이 보강되고 예리한 통찰력과 능력위주의 선수선발로 힘있는 축구를 만들어 갔듯, 과학기술 분야도 기초체력을 다져 원천기술의 창출기반을 구축해 나가면서 사심없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공략해 나가게 되면 우리의 과학기술도 특정분야에서는 세계 8강을 넘어 4강에 진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그간 정부는 90년대 들어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여 금년에는 정부 연구예산의 4.7%인 약 5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고, 이에 힘입어 우리의 과학기술경쟁력이 세계 10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계 일류팀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기초체력인 원천기술력 확보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고,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를 제대로 골라 ‘골결정력’을 높이는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며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분명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도, 국가경쟁력도 모두 튼튼해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월드컵에서 우리가 경험한 일들을 되새겨 과학기술 분야도 세계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