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태극전사-게이머 "우리는 붕어빵"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린 지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태극전사들과 한마음이 돼 선전을 기원하고 승리의 감격에 도취되다 보니 한달이라는 시간은 눈깜짝할 사이만큼이나 짧다. 월드컵 첫승에다 16강, 8강, 4강의 신화를 줄줄이 엮어낸 태극전사들과 각종 리그에서 활약을 거듭하는 프로게이머들의 닮은 꼴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김창선 캐스터, 이학평 게임채널 PD, 장현영 프로게임협회 기획팀장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닮은 꼴들을 정리했다.

  ▲수려한 외모에 실력까지 - 안정환 vs 임요환

 월드컵에서 결승골을 두 골이나 뽑아내며 관중을 열광케한 안정환 선수와 수차례 스타크래프트 대회 우승으로 화려한 기술과 전법으로 사랑받아온 임요환 선수는 빼어난 외모 못지 않은 실력으로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다. 임요환 선수가 결정적인 한방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안정환의 결승골만큼이나 후련하다. 여성팬들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각각 화장품과 컴퓨터 CF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스피드에 악바리 근성 - 이천수 vs 홍진호

 이천수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오면 경기 속도가 빨라진다. 조그만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스피드에 상대방 선수는 폭풍 전야를 맞은 듯 긴장한다. 폭풍이라면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폭풍 저그’라는 별명처럼 순식간에 공격을 퍼붓는 그의 공격스타일은 경기의 긴박감을 배가시킨다. 두 선수의 악바리 근성도 닮았다. 이천수 선수가 고등학교 시절 부상으로 묶어놓은 깁스를 찢고 출전한 일은 그의 승부 근성을 드러내는 일화로 유명하다. 홍진호 선수 역시 대회가 있으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혼자라도 끝까지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노련한 경기 해법에 맏형 역할 - 황선홍 vs 임성춘

 마침내 터뜨리고 만 황선홍 선수의 A매치 50골은 한국팀의 월드컵 신화의 물꼬는 터는 결정타였다. 매경기 노련한 경기 진행을 선보이는 해결사 황선홍의 실력을 두고 히딩크 감독은 좀더 일찍 실력을 키웠으면 엄청난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99년 프로로 일찍 데뷔한 임성춘 선수는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연령보다는 많은 79년생. 프로게이머 후배들을 잘 챙기는 리더십이 돋보이는 선수다. 침착한 플레이와 다재다능함으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프로게이머의 맏형이다.

 ▲발군의 실력으로 스타로 급부상 - 박지성 vs 이윤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지성 선수는 프랑스와의 평가전,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조별 리그전에서 그림같은 깨끗한 슛을 날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재간둥이 이윤설 선수도 지난 가을부터 무섭게 떠오른 신예다. 이번 시즌 KPGA 리그에서 홍진호 선수를 역전승으로 이기며 우승을 거머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작은 눈을 반짝이는 두 선수의 귀여운 외모도 닮았다.

 ▲끈기로 무장한 저력의 소유자 - 김태영 vs 성학승

 김태영 선수는 코뼈가 내려앉았는데도 가면을 쓴 듯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를 120분 넘게 뛰어다녔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집요한 플레이로 수비 라인에서는 천금과 같은 존재다. 오뚝이 저그 성학승 선수 역시 집념의 사나이다. 관중들이 100% 졌다고 경기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때도 무서운 뒷심으로 승패를 뒤집어 놓는 근성을 갖고 있다. 성학승 선수는 고향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올초 KPGA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저력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