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품질제고를 위한 프로그램 버그 자동검증(verification)기법이 IT업계의 새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심으로 외국계 IT기업들이 버그 자동진단기법의 사업화를 도모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국내시장에 새로운 기술종속과 시장잠식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SW개발업계는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버그를 찾아내는 테스팅기법을 사용해왔으나 버그의 원인을 완전하게 찾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여왔다. 또한 갑작스런 실행종료·정지·자원누수와 같은 문제는 단순 테스팅만으로 발견해내기 힘든 오류현상이다.
이에 따라 제품을 실행해보기 전에 미리 프로그램 자체를 분석해 오류의 원인을 찾아내는 자동검증(진단)기법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유력 IT기업들이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래쇼날소프트웨어, 머큐리인터액티브, 컴퓨웨어와 같은 외국계 SW품질관리 전문기업이 제공하는 테스팅기법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에 자동검증기법의 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http://www.research.microsoft.com/spt)는 수 년간 버그 자동진단 연구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감행한 결과, 윈도 OS에 들어가는 각종 프로그램의 오류를 자동으로 진단하기 시작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도 NASA와 함께 SW의 고장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2300만달러를 투입하고 있으며, 캔자스대학 역시 ‘모델체킹’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SW진단 연구개발사업인 반데라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미국 IT기업들은 이같은 SW자동검증 연구성과물을 기반으로 F15전투기에 내장되는 SW를 진단하기 시작했으며 프랑스에서도 에스텔레테크놀로지스(http://www.esterel-technologies.com), 폴리스페이스(http://www.polyspace.com), 트러스티드로직(http://www.trusted-logic.fr/)과 같은 IT벤처기업들이 자동검증기법을 활용한 SW품질제고사업에 나서는 등 산업화 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KAIST 산하 ROPAS연구단(단장 이광근 http://ropas.kaist.ac.kr)이 SW자동검증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산업화를 위한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삼성SDS와 LGCNS도 래쇼날소프트웨어, 머큐리인터액티브의 테스팅 툴을 활용해 시스템통합(SI) 고객사에 대한 품질관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버그를 자동으로 검증·진단해주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IT기업이 버그 자동검증기법을 상품화할 경우에는 국내시장 잠식은 물론이고 기술종속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