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이다>(4)지방 IT산업의 용틀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 대회는 4강 진출이라는 신화와 함께 우리의 우수한 정보기술(IT)을 전세계에 알림으로써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경기가 열리는 곳곳마다 지자체의 뛰어난 경기시설과 IT 인프라로 인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방 IT업체들은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지방 IT산업이 세계화의 대열에 진입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월드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지자체들도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와 연계한 외국 유수기업인 초청 투자설명회와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앞으로도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및 지방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월드컵의 성과=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방 IT업계는 첨단 제품의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수출상담회를 통해 실적을 올리는 등 짭짤한 재미를 봤다.

 특히 지자체들이 중심이 된 각종 전시회와 투자상담회 등은 쉽게 세계시장에 나설 수 없었던 지방 IT업체에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또 국내에서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국내업체들을 참가시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적지 않은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수도권 기업에 밀려 3류 업체로 인식됐던 지방 IT업체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스타기업으로 부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상현실 시스템 업체인 에이알빈, GG21 등으로 에이알빈은 한국전이 열리는 월드컵 경기마다 화려한 3D애니메이션과 그래픽정보 등을 방송사를 통해 제공했으며, GG21은 GPS내비게이터 ‘캐치웨이’를 한국 축구대표팀 전용버스와 히딩크 감독 전용차량에 장착해 대덕밸리의 기술력을 알리는데 한 몫 했다.

 ◇월드컵 이후를 준비하자=이번 월드컵 홍보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스폰서를 맡았던 대기업이지만 그들 못지않게 지방 IT업체들도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다.

 지방 벤처기업인 M사에는 최근 홍콩계 벤처캐피털사가 투자실사를 위해 방문했으며, 전자부품업체인 D사에도 견적서 제안 후 반응이 없던 미국 바이어로부터 현지 실사를 위해 방문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이처럼 지방 IT업체에 투자하겠다는 외국기업과 지역기업을 찾는 외국 바이어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월드컵 홍보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회성 홍보에 그칠 경우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홍보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인 지자체와 지방 IT업체의 유기적인 협조와 지원 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 전시관 운영과 투자유치 등의 행사를 벌였던 광주시는 월드컵기간에 운영한 ‘광산업홍보관’을 월드컵 이후에도 광주전남테크노파크에 상설전시관 형태로 운영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외국투자사와 바이어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지방업체와의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업체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앞으로 외국기업 초청 투자설명회 개최 및 해외시장개척단 파견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시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영상 등 지역 우수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월드컵기간에 방문한 외국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실질적인 투자와 계약성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기간중 일부 지자체는 생색내기식의 초라한 전시관 운영이나 형식적인 지원에 그쳐 벤처기업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IT업체들은 한세기에 한번 있을 만한 절호의 기회를 아깝게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방 IT업체 관계자들은 월드컵으로 급부상한 IT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포스트 월드컵을 준비하는 지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박광진 원장은 “이번 월드컵은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와 지역 IT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기본적인 홍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지방 IT기업들도 세계화 전략에 과감히 동참해 세계를 지향하는 월드컵 이후의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