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은 세계 차세대 TV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교두보.’
한국과 일본이 차세대 TV시장 확대의 첨병으로 꼽히는 북미 벽걸이(PDP)TV시장에서 패권다툼을 벌이는 것은 전세계적인 TV방송 환경이 디지털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돼가는 가운데 가장 유망하게 부상한 분야가 PDPTV 시장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PDPTV 모듈 제조기술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만 갖고 있는 첨단기술이고 선발인 일본 업체보다 오히려 나은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은 올해를 세계 디지털TV 패권 확보의 원년으로 보고 그 중심지인 북미시장에서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미시장은 세계 디지털TV 시장의 바로미터=미국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디지털TV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05년 전면적인 디지털TV방송으로 전환돼 급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북미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업체는 3년후 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북미 PDPTV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열쇠를 쥐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세계 디지털TV 시장, 특히 PDPTV 시장은 9·11테러사태 등의 여파에 멍든 세계경제와 동반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오는 하반기부터 시장이 살아나면서 북미시장은 5만대 규모였던 지난해보다 300%나 늘어난 20만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마케팅팀장은 “하반기부터 대량 물량 중심의 기업용 수요, 이른바 V&B(Vertical & Business)시장의 호황이 예상되고 있다”며 한·일업계가 유통점 강화, 제품인지도 제고 등 영업·마케팅 강화와 함께 가격인하를 통한 시장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은 자연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PDPTV(최대 63인치)는 LCDTV(최대 40인치)보다 큰 영상을 만들 수 있어 비즈니스용 수요 급증세에 편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마케팅 주도권은 이미 우리 손에=일본업체들이 올들어 대리점 확대와 공세를 강화하는 데 대응한 우리 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율제고에 따른 제품 가격인하와 함께 거대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동시다발적이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통해 삼성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와 마케팅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측의 말대로 인치당 150달러인 PDPTV 가격을 100달러대로 30% 가까이 낮출 수 있다면 올 하반기 디지털시장 물량확대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가격인하 노력과 병행해 올해 1억달러 규모의 물량공세와 마케팅지원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총공세를 벌인다.
북미시장 공략의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LG전자도 현지화를 가속화하면서 핵심시장에 접근해가고 있다. 멕시코 레이노사에 소재한 기존 아날로그·디지털복합단지를 오는 2006년까지 디지털TV 중심으로 전환하며 이를 통해 오는 2005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의 디지털TV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의한 관세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또 인텔·TI·필립스·디렉티브이 등 세계 유수업체와 제휴해 공동개발 및 상호구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오는 9월까지 42인치에서 50인치·60인치·63인치(삼성전자)에 이르는 모든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가격·모델의 다양성, 마케팅분야에서 일본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양국간 시장경쟁도 마케팅과 유통분야를 중심으로 가속분위기를 타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