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디지털 영상가전업체들이 세계 최대 수요처인 북미 벽걸이(PDP) TV시장에서 대격돌, 차세대 TV 패권 다툼에 돌입했다.
특히 양국은 오는 2005년 아날로그 방송을 완전히 중단하는 미국중심의 북미시장 교두보 확보 여부가 LCD TV를 포함한 차세대 TV시장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후지쯔히타치플라즈마(FHP)·파이어니어·도시바·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올들어 북미시장 공략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데 대응,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브랜드 파워 제고, 가격 인하,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선제공격에 나선 곳은 일본 업체들로 지난 4월 이후 다양한 모델을 본격 출시, 최근 고급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도전을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FHP는 지난 4월 32인치·42인치 PDP TV를 미국시장에 선보이면서 북미시장 공세를 강화해 올해 약 1만대를 판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파이어니어도 북미시장의 PDP TV 판매망을 확대하면서 지난해의 2배 수준인 2만8000대 규모의 물량공급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샤프 등도 올해를 북미 PDP TV시장 안착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마케팅 및 유통망 정비, 홍보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는 △제품수율 제고를 통한 가격 인하 △전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한 집중적 마케팅 △제품인지도 제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이제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북미 PDP TV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북미지역 디지털TV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06년까지 2억달러의 마케팅비용을 투입, 200개 전문대리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 북미에서만 약 5만대 규모의 PDP TV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삼성전자는 인치당 150달러 수준인 PDP TV가격을 오는 4분기까지 100달러대 수준으로 끌어내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북미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올 한해에만 프로젝션 TV·PDP TV·LCD TV 등 차세대 영상가전 분야의 글로벌 마케팅 비용으로 총 1억달러를 책정했고 뉴저지통합 유통법인을 통해 북미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적 브랜드 인지도 제고 마케팅에 나선다.
대우전자도 미국 뉴저지소재 법인(DECA)을 유통 마케팅 기지로 삼아 대우 디지털 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판매 활성화를 겨냥한 하반기 마케팅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해 15만대에 불과했던 세계 PDP TV시장은 올해 65만대, 오는 2005년 340만대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북미시장이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