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심리적 공황상태(패닉)에 이르렀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50포인트 이상 폭락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700선대로 주저앉았다. 월드컴의 분식회계 소식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악화 등으로 나스닥선물지수 1000포인트가 붕괴되는 등 미국으로부터 전해진 악재성 소식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까지 급격히 냉각시켰다.
결국 장중 선물이 어제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자 5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중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월 14일 5% 이상 상승했을 때 발동된 이후 올들어 두번째다. 지수 영향력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8.71% 떨어져 연중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하이닉스는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져 20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대형 IT주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가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나스닥지수가 9·11테러 직후 수준까지 떨어져 투가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데다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대거 출회돼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날 장세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강조하며 그동안 미 증시와의 차별화를 강조하던 주장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동조화를 넘어 ‘오버액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향후 증시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미 증시의 반등세를 부추길 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주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FOMC회의 등 어느 것 하나 미 증시의 상승을 보장하는 게 없다. 따라서 미 증시가 당분간 불안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국 증시의 반등세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거래소보다 더 큰 문제는 코스닥시장이다. 월드컵이 열린 6월 이후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 거래대금이 한번도 1조원을 넘지 못하면서 연일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거래소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해 코스피에 대한 코스닥지수의 비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수주체도, 뚜렷한 매수세력도 찾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며 지수하락을 방어해주던 외국인들마저 관망세로 일관했다.
코스닥시장내 실적장세가 전개되면서 내수관련 비IT주, 일부 실적우량종목으로 일부 매수세가 몰려 종목간 차별화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도 최근 코스닥시장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닥시장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며 “지수관련주와 일부 공모가 밑으로 하락한 신규등록주로 관심을 압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