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8일 국내 극장가에 걸린다.
언뜻 제목만 들으면 ‘센과 치히로라는 두 명의 어린이가 여행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험난한 고생을 겪은 후 누군가의 도움으로 돌아온다는 뻔한 스토리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동안 보았던 유사한 스토리의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영화 시작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진다.
10살 소녀 치히로. 그녀는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당도한 곳은 어느 신비한 터널. 차에서 내린 치히로는 내키지 않지만 부모를 따라 터널을 지난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자 꿈에서나 나올 듯한 화려한 낯선 세계. 하지만 치히로의 부모는 이곳 음식을 먹다가 돼지로 변해버리고 치히로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당황한 치히로는 이 마을을 떠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돌아가는 길은 막혔고 그리고 이상한 괴물체들이 등장해 주위를 둘러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주친 낯선 소년 하쿠. 그는 치히로에게 약을 건네며 인간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온천장의 종업원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치히로라는 이름을 버리고 센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이때부터 센은 엄마와 아빠를 구하기 위해 몸보다 커다란 머리를 갖고 있는 마녀 유바바 밑에서 팔이 여섯 개인 가마 할아범이 불을 지피고 동그란 깜돌이들이 석탄을 나르고 개구리가 접대를 하는 온천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오물의 신(神)인 쓰레기맨이 온천장을 찾는다. 그리고 어떤 종업원도 쓰레기맨을 접대하려 하지 않자 쓰레기맨은 온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에 센은 당당히 나서 그를 깎듯이 손님으로 모시자 다시 온천장은 평화를 찾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센은 인간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 그리고 다소 엽기적이며 난해한 스토리.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2시간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박진감과 재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등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하야오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도저히 그가 아니면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엽기적인 등장인물과 배경 등. 애니메이션이라는 초자유의 표현매체를 통해 그 어떤 창작자들도 생각지 못하는 것을 그가 다시 한번 창조해낸 것이다.
이런 하야오의 상상력은 작품성 그리고 흥행성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이는 이미 여러모로 입증됐다.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을 수상했고 또 일본에서 지난해 7월20일에 개봉해 무려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머무르며 2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