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의 포털사업 전략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이 라이코스코리아 지분협상을 28일 열릴 이사회 안건으로 채택함으로써 인수를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 최근 KT가 계열사에 흩어진 인터넷쇼핑몰 사업부를 KT커머스로 통합함에 따라 양대 통신사업자의 포털사업 윤곽이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이번에 지분인수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라이코스코리아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와 자사의 무선포털 네이트의 점진적인 통합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 사이트를 다음·야후·NHN 등과 같은 닷컴들이 운영하는 종합포털사이트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의 유무선 통합 포털로 발돋움시킨다는 야심찬 의욕을 갖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포털 인수에 나선 이유는 정통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에 따라 망개방작업이 속속 구체화돼가면서 유무선 통합포털의 신속한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자사의 이동통신서비스 고객을 기반으로 한 네이트만으로는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무장한 기존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의 포털을 뛰어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SK텔레콤은 라이코스 외에도 다음·야후·NHN 등 국내 4대 포털사업자에 모두 인수나 제휴를 제의한 바 있지만 라이코스코리아가 가장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손을 맞잡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포털 전략은 단순히 유선과 무선의 통합뿐 아니라 OK캐쉬백 등 SK그룹내 다양한 전자상거래 사이트까지 묶어낼 수 있는 형태, 즉 B2B2C를 아우르는 통합포털로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는 SK그룹이 최근 진출을 타진 중인 카드사업이 어떻게 결말나느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KT의 포털전략은 유무선통합보다는 사업군별 정리정돈의 의미가 강하다. KT는 한미르·하이텔 등 기존의 내부 리소스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KT 역시 외국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KTMSN을 오픈했지만 이는 유무선통합시대를 대비한 깃발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KT는 다음과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다음을 자사 포털사업의 유력한 파트너로 삼을 계획을 추진한 바 있으나 26일 공시에서 이를 백지화함으로써 당분간 KT커머스와 KTH를 두 축으로 포털사업을 영위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엔조이·한미르쇼핑·e하이텔 등에서 분산운영해온 쇼핑몰사업은 최근 새로 설립한 KT커머스에서 총괄하도록 하고 하이텔·메가패스·한미르 등에서 개별적으로 펼쳐온 콘텐츠·커뮤니티 기반의 포털사업은 KTH에 모두 일임한 것이다. 특히 KT는 KT커머스를 B2C는 물론 B2B까지 담당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켓플레이스로 만들 복안이다. 또 하이텔이 오랜 PC통신서비스에서 쌓아온 튼튼한 유선콘텐츠 기반을 KT커머스에 고객들의 발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소스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T 역시 이렇게 구축한 유선포털을 단순히 유선시장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사인 KTF의 무선 포털 매직엔과 묶어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통신시장 두 거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기존 인터넷 포털업계는 별로 동요하지 않고 있다.
이해진 NHN 공동대표는 “아직 무선망개방 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유무선통합의 미래를 가늠하긴 어렵다”며 “기존 포털업체가 가진 노하우는 유무선을 망라한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무선시장에서의 경쟁도 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석봉 엠파스 사장도 “한국과 같이 초고속망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유선인터넷이 주류일 수밖에 없다”며 “유무선 통합포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유선포털과 무선포털이 각각 그 자체로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망사업자들도 속속 포털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데이콤(대표 박운서)은 최근 DMI를 통해 심마니를 인수한 데 이어 오는 9월경 천리안을 흡수통합해 앞으로 포털사업을 본격 전개할 계획이다. 데이콤은 심마니의 검색서비스와 천리안의 콘텐츠에 전자상거래 기능을 접목해 종합포털사업을 본격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하나로드림(대표 신윤식)은 다음달 하나포스닷넷과 드림엑스닷넷을 통합한 하나포스닷컴(hanaFOS.com)을 오픈하고 포털사업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자사의 초고속통신서비스 이용고객과 드림엑스닷넷이 확보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포털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두루넷(대표 이홍선)은 종합포털인 코리아닷컴을 통해 자사의 포털사업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코리아닷컴의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자사 초고속망서비스 이용고객들의 발목을 붙잡으려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