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유진로보틱스의 신경철 사장은 산업자동화 로봇을 만들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용 로봇을 개발, 어린이들이 로봇과 친구가 되면서 원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리젠바이오텍의 배은희 사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차분함으로 3차원 세포배양 분야를 연구해 손실된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공학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을 꿈꿀 수 있는 공통된 이유는 ‘지식소유자’라는 것이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가 ‘권력이동’이라는 말로 집약해 표현했듯이 사회는 지식기반사회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생산성 향상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부를 창출한다. 대학을 중퇴했지만 컴퓨터 윈도 기술로 세계 제1의 갑부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두말할 것도 없고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게임 하나로 1000억대 기업의 반열에 오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기술로 일약 스타 벤처로 부상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등은 모두 자신만의 지식이나 기술로 성공한 지식인 경영자들이다. 이들에게 어느 누구도 얼마나 많은 땅을 가졌는지, 자본은 얼마나 많았는지 묻지 않는다. 그들에게 묻는 것은 핵심기술과 지식이 무엇인지, 또 그 지식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지 등이다. 그것만 보장된다면 투자를 원하는 자본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지식기반사회가 지식소유자의 기업 활동을 독려했듯이 디지털 사무원의 등장도 촉진시켰다.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를 내 몸의 일부인양 자연스럽게 다루는 이들은 무조건적인 복종과 위계질서의식 대신 디지털 지식으로 무장하고 아날로그 사무원의 자리를 위협한다. 대기업의 마케팅실에서 근무하는 K부장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친숙한 후배 사원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한다”며 “업무 습득속도와 처리속도가 빨라 추월의 위기감도 느낄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획실·디자인실·마케팅실 등 기업의 요소요소에 자리잡은 디지털 사무원들은 많은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에 해독하고 엑셀과 파워포인트의 강력한 기능을 이용해 화려하고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든다. 전화 한번 하지 않고 메신저를 이용해 협력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3∼4년 전 데이터도 쉽게 꺼내 올 상반기 매출실적과 비교해낸다.
중견 리서치업체의 P차장은 “10년 전에는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컴퓨터의 발달로 같은 양의 일을 하루에도 수십건씩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의 서봉교 선임 연구원은 “대기업의 경우 밖으로는 고급지식을 보유한 박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안으로 TFT를 구성해 끊임없이 조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식산업사회의 성공의 열쇠는 얼마나 좋은 지식을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핵심 원동력이 되는 오늘날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인 경영자와 석학들도 기업내 학습조직 구축과 업무의 디지털화를 통해 기업의 에너지를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끊임없이 지식을 갱신하라. 현대 회를 지식사회·지식노동자·지식관리의 시대로 파악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지식은 소멸하기 쉬우므로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다시 배우고 연습하지 안된다”고 말했다. 현대는 지식변화 주기가 매우 빨라서 5년 이상 된 지식의 절반 이상이 더이상 진실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학습도 업무의 한 과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며 배우는 조직과 스스로 지식을 연마하는 조직이 아닌 기업은 21세기에 생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90년대 워크아웃에 성공한 잭 웰치도 “경쟁우위는 배우고, 배운 것을 행동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는 조직의 능력에서 나온다”며 학습조직의 구축을 강조했다.
디지털 사무원을 수준높은 업무로 이동시켜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종이없는 사무실을 역설하면서 지식노동자의 업무를 고차원 작업으로 이동시킬 것을 권고했다. 단순업무는 PC와 같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 친디지털 세대인 오늘날 사무원들에게는 제품·서비스·수익성에 관련된 수준높은 업무를 맡기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직 내 의사소통은 모두 e메일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고 판매관련 자료는 온라인으로 손쉽게 분석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능하면 디지털화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매 유형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지고 트렌드 파악이 빨라져 고객의 기호와 취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부서를 초월해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와 아이디어 교환이 원활히 이뤄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사무원들은 보다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
◇지식인 경영자 <인터뷰 - 옴니텔 김경선 사장>
모바일 방송업체인 옴니텔의 김경선 사장(39)은 스스로를 ‘농군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그는 5남1녀 중 5째로 태어났다. 그러나 이런 배경이 오늘날 옴니텔의 승승장구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삐삐가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90년대 말 나래기술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었던 김 사장은 휴대폰 혁명을 예견하고 개념조차 생소한 모바일 방송회사를 차렸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옴니텔은 창업 4년만에 현재 직원수 100여명에 달하는 중견 콘텐츠업체로 발돋움했고 지난 5월에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코스닥 입성에도 단번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벤처투자 혹한기였던 2000년에도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 등은 물론 일본의 스미모토 상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성장을 거듭해온 옴니텔의 성공 비결은 다른 아닌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이동전화방송기술인 CBS(Cell Broadcasting System)다.
이 기술은 기지국(cell)을 이용한 동시송출시스템으로 단순메시지전송서비스(SMS)와 달리 부하가 적고 전국방송이 가능하며 비용도 저렴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한 각종 부가서비스 응용기술로도 적합하다. 옴니텔은 CBS 기술을 이용해 99년 세계 최초의 모바일 방송인 ez채널을 LG텔레콤을 통해 서비스한 이래 올해는 SK텔레콤·KTF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으로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연간 매출액 180억원을 바라보는 코스닥 등록업체를 일궈낼 수 있었던 비결로 ‘끊임없는 연구’ ‘비전에 대한 확신’ ‘창업멤버의 화합’을 꼽은 김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바일 방송분야에서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뒤처질 수 있다”며 선도기술 개발에 전략을 다하고 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디지털사무원 <삼성전자 김태훈 사원>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김태훈 사원(29)은 자동부팅된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MP3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의 가방에는 PDA, 디지털카메라, 휴대형 게임기, MP3 CD플레이어 등 각종 디지털 기기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지갑 겸용 가죽 케이스에 든 PDA는 그에겐 없어서는 안될 수족과 같은 존재다. PDA로 각종 인터넷 신문을 읽는 것은 물론 영어공부, 주소록 정리, 아이디어 메모, 일정검색, 전자책 읽기, 지하철역 검색, 약도 그리기 등 안되는 것 빼놓고 안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하느라 PDA에 들어간 돈만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PDA 이용하다가 지하철 한 구역 지나치는 일도 자주 있다.
회사에 도착하면 e메일 확인은 물론 아웃룩 일정정리도 기본이다. 반드시 해야 할일에는 알람기능을 설정해두면 시간별로 해야 할일들이 컴퓨터에 깜박깜박 뜬다. 인터넷으로 찾은 업무 관련 중요한 정보는 트리패드라는 정보관리 프로그램으로, 신용카드 비용 등 금융관리는 마이머니라는 금전관리 프로그램으로 해결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런저런 관리를 받으니까 할일을 깜박 잊어버리는 일도 줄고 우선순위를 정해 짜임새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람의 머리로 저장하기 힘든 재고수량이나 제품별 코드도 컴퓨터나 PDA에 저장해둔 자료를 검색해 언제 어디서나 즉시 대답해낸다. 전시회에 갔다오면 담배갑만한 디지털카메라로 현장사진을 찍어오기 때문에 그의 제품설명은 현장감이 넘친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믿음이 사고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죠”라고 말하는 김태훈 사원은 “디지털 기기가 사라진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라며 빙그레 웃는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