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이 과거 무상공급 파장에 이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HP가 최근 자사 WAS를 포함한 미들웨어 사업분야의 향후 전략과 관련해 경쟁업체인 BEA시스템즈와의 연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HP는 2000년 블루스톤소프트웨어를 인수해 WAS를 확보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플랫폼을 무상으로 번들탑재하는 전략을 가져갔지만 WAS 선두업체인 BEA와 IBM을 추격하는 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이런 성과는 통합HP 출범 이후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정리수순을 밟게 된 근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HP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2002 HP소프트웨어 포럼’에서 WAS부문 매각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보면 매각이든 유지든 그 중심에는 BEA가 놓여 있다.
매각을 상정할 경우 HP는 BEA의 웹로직 제품과 서비스를 전면 수용해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며 유지하더라도 자사 제품인 HP-AS와 웹로직을 함께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BEA와 협력이 전제돼 있다.
이와 함께 HP는 웹서비스 솔루션과 관련해 BEA는 물론 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경쟁사와 연계강화도 시사해 서비스 지향적인 인프라 플랫폼SW 공급업체로서 전방위 협력모델을 수립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같은 HP의 입장을 고려할 때는 ‘유지’보다는 ‘정리’ 쪽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번 발표로 시장 선두업체인 BEA코리아와 한국IBM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BEA코리아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1위 탈환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한국IBM을 따돌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BEA코리아는 HP의 이번 발표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방증하는 만큼 향후 시장 유지 및 확대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BEA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HP와 웹로직 영업시 꾸준히 협력해 왔다”면서 “향후 공동 영업·마케팅을 위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IBM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HP 전략의 혼선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HP가 무상공급으로 확보한 기존 및 잠재고객들이 제품 및 서비스 안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이 수요를 흡수할 수도 있다는 기대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