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대성공으로 이끈 한국민의 축구열기와 질서의식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인으로서 유럽의 강팀들을 연달아 격파한 한국축구팀의 선전에 경의를 표합니다.”
190개국에 45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지멘스그룹의 총수 폰 피어러 회장(62)이 27일 처음 내한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 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표면적인 방문목적이지만 이날 오후 방한하는 라우 독일 대통령과 함께 독일기업의 수장으로서 양국간 굵직한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월드컵 열기를 반영하듯 피어러 회장은 “한국축구의 경이적인 성장에는 문제점을 직시하고 곧바로 개혁하는 한국민의 역동성이 큰 역할을 했다”며 “곧 한국이 아시아 경제를 선도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방한기간중 서강대학교에 보급형 초음파진단기를 개발하는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한국내 의료기기시장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또 “지멘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한국 의료기기업체와 협력해 세계시장에 공동진출하길 희망한다”며 법정관리상태인 메디슨의 인수협상에서 GE·필립스와 경쟁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어 피어러 회장은 급성장하는 국내 자동차전장시장에서 지멘스가 핵심업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첨단통신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자동차전장 분야에서 현대모비스 등 한국기업과 제휴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 지멘스는 한국자동차가 취약한 디젤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상호 협력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멘스는 최근 전남 신안군에 4억달러 규모의 풍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국내 발전·철도·철강 분야에서 잇따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피어러 회장은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는 등 꽉 찬 일정을 마치는대로 일본 요코하마로 떠날 예정이다. 이미 1년 전에 월드컵 결승전을 예약해둘 정도로 소문난 축구팬인 그는 부담스런 유럽 강호들을 연파해준 한국축구팀에 대해 고맙다는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