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공정위, 이견조열 `제자리`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중계유선(RO)간의 기업결합을 둘러싼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간의 이견조율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자칫 오는 10월로 예정된 2차 SO지역내 RO의 SO전환(4차 SO전환) 추진일정의 차질도 예상된다.

 특히 SO와 RO간 기업결합문제가 방송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제한 사유에 속한다는 판정이 내려질 경우 방송정책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양 부처의 조율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청와대 업무조정협의 등 4차례에 걸쳐 이견조율을 위한 협의회 및 간단회를 가졌지만, 여전히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위원회측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제한 조치가 방송위원회가 국내 방송을 위해 수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온 케이블TV 정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공정위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주순식 독점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안건으로 올라 있는 상태로 내부검토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깨끗한 방송일 뿐 SO와 RO의 구분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방송산업에 대한 기간산업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공정거래법을 배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내 SO의 독점으로 소비자에게 고가형 채널을 권유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는 같은 지역 RO 인수가 아닌 타지역 SO나 RO 인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같은 지역내 SO의 RO 인수는 지역독점화 행위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위성방송은 케이블TV의 경쟁사업자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방송위원회 입장=RO의 역무는 지상파방송·공공채널 등을 중계송신함으로써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한 것으로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SO의 역무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타지역 SO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는 MSO에만 해당하는 사안이며, 실제 MSO의 겸영 역시 방송법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소요, 독점 사업자에 대한 사회환수 장치 마련 등을 이유로 동일지역내 SO 독점사업권 부여 및 SO의 RO 인수정책은 케이블TV산업의 매체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독점사업권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일정 규모의 보급률과 성장성을 가질 때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향후 동일지역내 여러 SO 허가 또는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간 경쟁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례=미국의 경우도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공정거래위원회(FCI)·법무부간 정책충돌 사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각 기관이 해당 법률에 의거해 직무를 수행하는 점을 존중, 사전에 충분히 비공식적인 의견조율 기회를 갖고 최종적 합의를 도촐할 때까지 상대 기관의 정책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케이블TV 디지털화에 큰 차질=기업결합제한이 결정될 경우 방송위원회 정책방향에 따라 기존 RO를 매입했거나 매입을 추진하는 대다수 SO들의 반발이 예상돼 우선 하반기에 있을 4차 SO전환 작업을 시작으로 그동안 추진돼 온 케이블TV 정책 추진이 백지상태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특히 디지털방송산업은 국책사업으로 내년 이후 케이블방송도 디지털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지만, SO의 RO 매입제한은 SO가 별도의 광케이블망을 부설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증대시켜 케이블TV 디지털화의 조기정착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