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퀴터스 혁명으로 탄생하는 제3공간은 공간 재화의 경제가 지배한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서 정보재화가 비로소 독립적인 재화의 역할을 수행했듯이 유비퀴터스 시대에도 공간재화는 독자적인 재화로 취급받는다. 공간재화가 지배하는 제3공간에서의 경영은 제1공간이나 제2공간에서의 경영 전략과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물질재화에 초점을 둔 제 1공간에서는 가격경쟁에서 승리한 효율적인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었다. 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포드가 제안한 대량생산 방식이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자동차는 귀족계급이 소유하는 사치품에서 일반인들도 소유하는 필수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보재화가 지배하는 제 2공간에서는 대량생산도 더 이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정보재화는 대량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보재화는 대량으로 복사될 뿐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대체된다. 정보시대에는 정보의 생산이 아니라 정보의 유통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생산에서 유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유통은 네트워크에 의해 지배된다. 록펠러가 석유의 유통망인 철도를 지배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듯이 정보시대에 있어서 정보 유통망인 인터넷을 지배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외부성이 작용하는 인터넷 경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선점 전략이다.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해 초기에 고객을 확보해야만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시대에서는 먼저 움직여야 (first mover) 했다. 그래서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불법 복제를 묵인하기도 한다. 고객의 증가와 네트워크의 매력이 합쳐져 다시 고객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외부성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외부성 효과가 자신의 편이 될 때에는 선순환을 타지만 경쟁자의 편이 될 때에는 악순환에 빠진다. 네트워크 외부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임계질량(CM:Critical Mass)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네트워크 기업들은 종종 제휴와 합병(M&A)이라는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 임계질량에 도달하는 고객 숫자를 확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보시대의 전략도 제3공간에서는 더 이상 지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제 3공간은 핫 스팟(hot spot)으로 불리는 수천, 수만개의 소규모 공간으로 구성된다. 모두가 살아있는 공간이며 재화이다. 공간재화를 선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느 하나의 공간재화를 선점했다고 해서 나머지 공간재화를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단절은 더욱 심화됐다. 앨빈 토플러는 “인터넷 기업(click)은 총체적인 연결성(connectivity)을 강조하지만 전자상거래 사업은 모순적으로 오프라인, 즉 전통적인(brick) 상거래와 단절된 채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제3공간의 핵심 전략은 어떻게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연계할 것인가로 압축된다. 이러한 경영 전략은 종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또는 ‘클릭 & 모타르’라는 신조어로 불려진다.
전자공간상의 인터넷 쇼핑몰과 물리공간상의 24시간 편의점의 결합은 클릭 & 모타르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쇼핑몰은 소비자에게 두 가지 부담을 준다. 첫째는 물질 재화를 배달받는데 3∼4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며 둘째는 배달받은 재화를 반품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과 24시간 편의점이 연계되면 주문된 상품은 소비자 인근의 편의점으로 배달된다. 한정된 지역의 편의점으로 배달하기 때문에 신속히 배달할 수 있으며 상품을 직접 보고 나서 최종적인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쇼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은 물리공간상의 매장을 확보하는 셈이며 24시간 편의점은 고객들의 발길과 정보를 얻는다.
클릭 & 모타르 전략은 생산이나 유통보다는 소비에 근접한 지점에서 수행된다. 제1공간의 대량생산 방식이 생산 혁명을 통해 소비자들의 소유를 극대화시켰다면 제2공간의 네트워크 전략은 유통 혁명을 통해 소비자들의 접속을 극대화시켰다. 이에 비해 제3공간의 공간연계 전략은 소비자들의 거주 공간을 최적화시킨다. 제1공간과 제2공간의 임계질량이 각각 생산과 유통 규모로 결정됐다면 아마도 제3공간의 임계질량은 소비 공간의 규모로 결정될 것이다.
기업의 경쟁 전략은 조직화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대량생산이 중요했던 제1공간 시대에는 상부의 명령이 조직 전체에 공유되는 계층형 조직이 요구됐다. 제2공간 시대에는 조직 내부에서 정보의 흐름과 공유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형 조직이 인기를 모았다. 정보재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아이디어 경쟁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명령을 공유하는 계층형 조직보다는 정보의 공유를 지향하는 네트워크 조직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제3공간 시대가 요구하는 조직은 구성원들간에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모두 의미한다. 월드컵 기간에 천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안방의 선명한 텔레비전을 마다하고 길거리로 나와 흐릿한 대형 화면을 보며 다같이 응원하는 이벤트를 선택했다. 이는 정보의 공유보다도 공간의 공유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간에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같이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만이 제3공간 시대에 적합한 공간 재화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3공간 시대의 신경영 전략은 공간연계(Inter-Space)와 초공간(Hyper-Space)으로 요약된다. 초기 정보시대에는 사용자와 컴퓨터의 접점(Inter-face)이 중요했으며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기기는 이용자가 쉽게 명령을 내리고 다룰 수 있도록 하이터치(High-touch)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인터넷(Inter-Net) 시대에는 정보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기능이 중시됐으며 급기야 하이퍼텍스트형 조직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공간연계(Inter-Space)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를 제3공간 시대에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그리고 수천 수만개의 핫 스팟(Hot Spot)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초공간(Hyper-Space)형 조직이 요구될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제 3 공간의 정보해방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에번스와 워스터는 정보의 풍부성(richness)과 전달성(reach)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보의 풍부성을 향상시키면 전달성이 감소하며 정보의 전달성을 향상시키면 그 풍부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자공간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제약은 사라졌다. 네트워크를 통해 풍부한 정보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이처럼 정보의 풍부성과 전달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게 되면서 경영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개인에 대한 마케팅은 물론 단 한 사람을 위한 디자인까지도 가능해졌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로 중개 상인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경영전략도 과거에는 정보의 풍부성을 강조하는 일본식 경영과 정보의 전달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경영으로 양분됐으나 전자공간의 등장과 함께 실리콘벨리에는 개방적이면서도 풍부한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형 조직이 등장했다.
그러나 전자공간에서 목격했던 정보의 해방은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정보의 풍부성과 전달성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는 있었지만 정보의 최신성은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전자공간에 저장돼 있더라도 그 차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었다. 이러한 한계로부터 정보를 해방시키는 것이 바로 제3공간이다. 제3공간은 정보의 최신성(recency)과 신선성(freshness)을 보장한다. 자신의 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어느 부품이 어느 정도 마모되었는지에 관한 상세한 정보까지도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제3공간에서 정보는 비로소 생명을 얻어 호흡하기 시작한다.
제3공간에서는 물리공간의 사물과 전자공간의 정보가 일체화되고 동기화된다. 상황인지(context-aware) 기술은 제3공간으로 하여금 정보의 최신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제 3공간에서 정보는 사물의 벽을 뛰어넘어 흐른다. 소비자의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상품을 추천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는 이같은 마케팅을 콘텍스트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본지 6월 25일자 u코리아비전 제3부 세계IT기업의 유비쿼터스전략 그림 참조
조직 내부적으로도 조직원 개개인의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해 필요한 업무가 공평하게 할당된다.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회의 장소와 시간을 추천해 줄 수 있다. 더욱이 제3공간 주민들은 저절로 조직화된다. 이른바 소리없는 스스로의 조직화(silent self-organizing)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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