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규격인 ‘위피(WIPI)’의 중국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CDMA CEO포럼에 참석한 차이나유니콤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무선인터넷플랫폼으로 ‘자바’와 ‘브루’를 동시에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차이나유니콤이 위피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이나유니콤은 또 최근 cdma2000 1x 단말기 입찰을 실시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업체에 보낸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무선인터넷플랫폼으로 자바 버추얼머신과 퀄컴의 브루를 포팅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위피’의 중국 진출을 의욕적으로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차이나유니콤의 이같은 결정은 ‘위피’가 국제 표준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통부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 포럼이 만든 무선인터넷플랫폼 규격 ‘위피’를 국내 표준플랫폼으로 선정하는 한편 국제 표준으로까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을 통해 위피를 이동통신표준그룹인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에 표준규격으로 제안했으며 특히 차이나유니콤을 위피 세계 진출의 1차 타깃으로 삼고 공을 들여왔다.
유럽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자바나 북중미 지역에서 세력을 확산하고 있는 브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중국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유리한데다 중국 이동통신사업자는 세계 최대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위피를 채택할 경우 곧바로 국제 표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월에는 중국에서 위피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지난주 중국에서 열린 관련 콘퍼런스에서도 위피를 소개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차이나유니콤이 자바와 브루의 동시채택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위피’의 중국 진출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피의 중국 진출과 관련, 실무작업을 담당해온 한국무선인터넷 포럼 관계자는 “지난주에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차이나유니콤의 플랫폼 담당 부장이 일단 상용화된 플랫폼을 중심으로 선정작업을 하고 있지만 유일한 플랫폼을 선정하는 것은 아니며 위피가 상용화되고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채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며 위피에 대한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은 성급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차이나유니콤 쪽에서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위피를 채택하겠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 역시 위피를 소개했을 뿐이지 채택해달라고 제안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차이나유니콤이 위피를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국내 표준화 진행상황이나 위피 기술을 적극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