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株 "우린 노는 물이 달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기업은 부실회계 및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미국 기업과는 체질적으로 다르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늘고 있다. 따라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주요 IT기업 주가의 동반 폭락 국면은 오히려 ‘비중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는 무엇보다 미국 증시와 기업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의 부진한 실적과 엔론에 이은 월드컴의 부실회계 등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이런 미국발 악재들이 국내시장에도 여과없이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 특히 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기업들의 수익성과 기업구조는 미국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 동반 폭락했던 주요 IT종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유 비중을 늘려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현대증권은 27일 국내 주요 IT기업들의 수익구조와 재무구조는 이미 선진국의 IT기업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분기 실적은 미국·일본 등 선진기업과 비교할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 또는 1분기 대비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원화강세 등 대외적인 여건이 다소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 호조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LG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의 2분기 실적은 1분기 대비 크게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소폭이지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차별화에도 불구, 국내 IT주가는 미국 등 선진 기업들의 주가처럼 크게 하락한 상태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LG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국내 대표 IT주는 전세계 주요 IT업체와는 달리 1분기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며 “국내 대표 IT기업은 분기실적 등 수익성이나 재무 건전성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27일 삼성전자는 미국 IT 하드웨어업체와 사업 경쟁력 등에서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의 하락시점을 우량 IT기업에 대한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부터 전세계 IT 하드웨어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게 삼성증권의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타사업부간의 매출 및 영업 이익 창출이 균형적이며 특히 반도체사업부 내에서도 D램, TFT LCD, 비D램 등 균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삼성증권은 설명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팀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의 부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