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사업자 분류제도`에 관한 방송위원회·방송사업자 반응

 정보통신부가 27일 발표한 통신서비스 및 사업자 분류제도 개선방안의 최대 쟁점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관련된 내용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사업자 모두가 가장 뜨거운 감자로 느끼고 있는 잠재적인 문제가 급기야 공론화하게 됐다.

 27일 발표된 정통부의 안은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방송과 통신융합 현상을 풀어갈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방송법과 방송법을 관장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의 존폐문제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안=정통부안에는 ‘기본적으로 방송이든, 통신이든 디지털 네트워크 모두를 전기통신사업법의 범주내로 끌어들임으로써 효율적인 행정을 기해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속내는 이 안을 통해 유일무이한 방송·통신 정책 및 규제·행정기구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정통부가 제시한 통신서비스 및 사업자 분류제도(안)는 기본적으로 방송과 통신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기술발달로 방송과 통신을 분류했던 콘텐츠의 내용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 이번에 제시된 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모든 방송사업자는 이제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KBS, MBC, SBS, EBS 등도 영상정보를 취급하면서 전기통신설비를 갖춘 기간통신사업자가 된다. 현 상태에서도 케이블TV SO사업자나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모두 기간통신사업자가 된다.

 특히 이번 안은 디지털미디어센터(DMC)와 위성DAB(디지털라디오)를 명확히 전기통신사업법의 역무로 지칭하고 있다. 정통부는 DMC, 위성DAB를 통해 VOIP, VOD, 웹캐스팅 등 통신서비스 또는 통신·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기간·별정·부가통신사업자로 허가·등록·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에서 파생하는 모든 내용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발칵 뒤집혀진 방송위와 방송계=정통부의 안이 일부 전해지면서 방송위원회는 물론이고 방송사업자까지 발칵 뒤집혀졌다.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과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방송법이 무용지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이 모든 방송역무를 기간통신역무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방송법은 무의미하게 되며 그 상황에서 방송 정책·행정·규제기구로서의 방송위원회의 역할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방송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위성DAB나 DMC는 물론이고 지상파·종합유선방송·위성방송 모두 부가적으로 부가통신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방송영역의 존재는 세계 모든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고 정통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방송사업자중에서는 케이블TV SO들의 반응이 즉각적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양방향 광대역네트워크로 발전한 케이블TV망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VOIP, VOD, 양방향TV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정통부 안은 규제완화 추세에 비추어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역내 한 SO의 대표는 “98년 7월 이후 국내 IT산업을 환골탈태시킨 초고속인터넷 열풍은 전화선이 아닌 케이블TV망을 통해 비롯됐다”고 과거를 상기시키며 “이는 법·제도상의 규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했던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강화형식의 법·제도 변경을 반대했다.

 정통부가 주파수의 허가권한을 갖고 있는 점을 이용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는 규제 정책까지 독점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방송관계자는 지적했다.

 더구나 정통부가 밝힌 이번 안의 진짜 문제는 부처협의나 이해당사자 협의를 전제로 하지 않고 제시했다는 점이다. 방송위원회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강대인 위원장체제 이후 정통부측에 방송·통신융합현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었으나 결과는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서 “방송·통신융합의 발전적 활성화를 공식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황에서 이같은 안을 간접적으로 받게돼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디지털시대의 핵융합이라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방송산업과 통신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공론화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