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를 일궈낸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뒀으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월드컵은 또 당초 예상대로 ‘KOREA’라는 국가브랜드 제고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준 역사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IT월드컵’으로 치러져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앞으로 상당한 경제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경제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이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한국 대표팀이 당초 목표를 두 단계나 뛰어넘어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처음으로 4강까지 진출하는 ‘신화’를 창조, 세계인의 관심이 일본보다는 한국에 쏠림에 따라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일본보다는 우리가 보다 많은 실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내용은 본지가 ‘2002 한일 월드컵’이 가져다준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IT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114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본지에서 분야별 기업의 CEO들에게 직접 설문지를 배포, 회수해 정리·분석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1개사를 제외한 113개사가 이번 월드컵을 ‘성공 월드컵’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체 응답기업의 99.1%에 달하는 수치로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국내 IT관련 기업들도 대부분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창조한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국내 IT산업의 위상을 크게 드높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결과다.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 35개사와 57개사가 각각 이번 월드컵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와 ‘크다’를 선택, 전체 기업의 80.7%에 달하는 92개사가 월드컵 효과를 크게 기대했으며 14.9%인 17개사는 ‘보통’이라고 답해 95% 이상의 기업이 이번 월드컵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이 ‘적다’거나 ‘거의 없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3개사와 2개사에 불과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자산은 ‘국가브랜드 제고’와 ‘자신감’ 두 가지로 모아졌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위업 달성으로 전 국민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으며 여기에 월드컵을 치르는 기간 보여준 IT기술과 인프라, 국민의 성숙한 응원문화와 질서의식,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KOREA’ 브랜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에 대한 질문에 ‘국가브랜드 제고’를 꼽은 기업이 전체 응답기업의 59.6%인 68개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서는 ‘자신감’이라고 답한 기업이 39.5%인 45개사에 달했다. 반면 ‘경제 활성화’나 ‘한일관계 개선’을 꼽은 응답자는 하나도 없었고 ‘기타’를 선택한 기업도 1곳밖에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제시한 월드컵이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를 좀더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는 복수응답을 요구한 결과, 무려 110개에 달하는 기업이 ‘국가브랜드 제고’를 우선 꼽은 다음에 다른 항목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질문에는 총 202건의 응답이 나와 ‘국가브랜드 제고’가 전체 응답의 54.4%를 차지했으며 ‘수출확대’와 ‘첨단 정보통신기술 상용화’가 각각 40건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통신인프라 향상’이 10건으로 그나마 전체 응답의 5%를 차지했을 뿐 ‘남북교역 확대’와 ‘기타’라는 응답은 각각 1건씩에 불과해 이번 월드컵은 전반적인 국운상승의 계기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같은 경향은 이번 월드컵이 자사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나타나 총 112개사가 응답한 가운데 이의 47.3%인 53개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꼽아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으며 ‘수출시장 개척’을 선택한 기업도 19.7%인 22개사에 달했다.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한 기업은 8개사에 그쳤으며 ‘전략적 제휴 확대’를 이뤘다는 기업은 1개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28개사는 ‘기타’를 선택해 국내 기업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거둬들인 성과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양국에서 진행된 이번 월드컵이 국내의 경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분산개최된 점을 감안해 월드컵이 지방경제에 기여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기업의 92.9%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총 113개 업체가 응답한 이 질문에는 49.5%인 56개사가 ‘크다’고 답했으며 ‘매우 크다’고 응답한 기업도 13.3%인 15개사나 됐다. 또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도 30.1%인 34개사에 달했다. 반면 ‘적다’고 답한 기업은 8개사였으며 ‘거의 없다’를 선택한 기업은 하나도 없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간접적으로나마 월드컵 개최도시의 세계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기업군을 묻는 질문에는 무려 93.8%에 달하는 107개사가 ‘대기업’을 선택했으며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 기업은 각각 4개사와 1개사에 불과했다. 또 영향이 집중된 분야에 대해서는 61.4%에 달하는 70개사가 ‘전자정보통신’ 분야를 선택하고 ‘문화’와 ‘관광서비스’ 분야를 꼽은 기업은 각각 전체의 21%와 14%인 24개사와 16개사였다. 섬유 또는 건설 분야를 택한 기업은 각각 3개사와 1개사에 불과했으며 ‘기계·화학’ 분야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이는 FIFA가 공식후원사에만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을 벌일 수 있도록 규제함에 따라 공식후원사로 참여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대기업에 월드컵 효과가 집중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국가브랜드 상승이라는 월드컵 효과가 결국 해외시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자금력과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군으로 몰릴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을 비롯한 전체 기업으로 효과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의 성격에 대해서는 ‘IT월드컵’이라고 규정한 기업이 48.2%인 55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는 월드컵 기간중 우리나라의 IT기술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행사가 가장 많았으며 그 효과도 가장 돋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화월드컵’이라고 규정한 기업도 33개사로 28.9%나 차지했으며 ‘경제월드컵’이라고 대답한 기업도 26개사로 전체의 22.9%에 달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세계에 보여준 부분이 매우 다양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전자정보통신 분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크다’고 답한 기업이 51.9%인 59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크다’고 대답한 기업도 28개사로 전체의 24.6%에 달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은 17개사였으며 적거나 거의 없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9개사와 1개사에 불과했다.
또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누린 IT분야의 업종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을 꼽은 기업이 59.6%에 달하는 68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가전’을 선택한 기업도 28.1%인 32개사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인터넷’이라고 답한 기업은 9.6%인 11개사였으며 ‘컴퓨터’와 ‘유통’ 분야를 선택한 기업은 각각 1개사와 2개사에 불과해 IT분야 가운데서도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정보통신 분야가 가장 주목받았음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는 의외로 많은 기업이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14개 기업 가운데 나름대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했다고 답한 기업은 52.6%인 60개사에 달했으며 이를 통해 거둬들인 효과도 괜찮은 편이었다.
실제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한 기업을 대상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물어본 질문에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이 41.7%인 25개사로 가장 많았으나 ‘크다’고 답한 기업과 ‘매우 크다’고 답한 기업도 각각 20개사와 11개사에 달해 51.6%의 기업이 크게 만족하고 있으며 41.7%가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에 불만이 있는 기업은 4개사로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한 기업의 6.7%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효과에 대한 의심 및 시간·자금 부족 등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효과에 대한 의심’을 꼽은 기업이 31.6%인 19개사로 가장 많았지만 다른 대답을 한 기업들도 각각 12∼13개에 달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다만 인력부족을 든 기업은 3개사에 불과했으며 ‘기타’를 선택한 기업도 13개사에 달했다.
FIFA측이 공식후원사 이외의 기업이 벌인 월드컵 마케팅에 대해 문제로 삼을 것으로 보이는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3개 기업이 응답을 회피하고 111개사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79.3%인 88개사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머지 23개사는 ‘우려된다’고 응답하는 등 기업군 및 월드컵 마케팅 실시여부에 따라 상이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국가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많은 실익을 거둔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13개사가 응답한 가운데 81.4%에 달하는 92개사가 ‘한국’이라고 답했고 ‘일본’을 선택한 기업은 21개사로 18.6%에 불과했다. 이는 본지가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0%가 ‘일본’을 선택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우리 대표팀이 당초 목표했던 16강 진출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해 위상이 높아진데다 일본보다 세 번의 경기를 더 치르면서 우리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또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이 월드컵 행사를 일본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온 국민을 열광케하면서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업무효율이 크게 저하되는가 하면 일부 기업의 경우 1개월 가까이 영업이 중단되다시피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또 월드컵 이후 한동안 전 국민이 정신적인 공항상태에 빠져 근로의욕이 저하돼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등 후유증도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월드컵 이후 역점추진사항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112명)의 41.1%인 46명이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8.6%인 32명은 높아진 국가브랜드를 활용해 수출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28명(25%)은 월드컵 기간 느슨해진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