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이탈리아, "단일 통신감독기관 설치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범유럽 차원의 단일통신감독기관을 설치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유럽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통신부 장관 모리지오 가스파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별 통신감독기관을 해체하는 대신 이를 대체할 EU 차원의 단일감독기관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나라별로 따로 감독기관을 두고 그 위에 추가적으로 EU의 통제를 받는 것은 지나친 행정절차로 인해 통신산업 발전에 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유럽 통신당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은 최근 EU가 회원국들의 통신정책을 직접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해 EC(European Commission)는 개별 회원국들의 통신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정책거부권을 확보함으로써 범유럽 차원의 단일통신정책안 마련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EU의 움직임을 업계에서도 감지해 지난달 BT의 CEO 벤 버와이엔은 현재 유럽 통신업체들이 신경쓰고 있는 것은 영국 Oftel과 같은 개별통신당국이라기보다 바로 EC라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 통신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일감독기관의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처럼 국가별로 통신산업 민영화 정도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는 업체간 공정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정부는 과거 국영통신업체던 텔레콤이탈리아의 지분을 거의 매각해 시장에서 손을 뗀 반면 프랑스 정부는 여전히 프랑스텔레콤의 지분을 55.5%나 보유, 시장규제를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곧 다가올 3세대 이동통신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도 단일감독기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이탈리아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3세대 시장과 관련해 각국의 통신당국이 서로 다른 사업권 내용과 가격, 사업자 의무 등을 부과하는 바람에 통신업체들이 유럽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차제 단일감독기관 설치로 이런 차이를 모두 없애 버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 통신당국은 맡은 바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체제를 변화시킬 만한 그 어떤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향후 유럽의 통신정책이 EU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각 회원국의 자체 결정에 맡겨져야 하는지의 문제를 놓고 이미 유럽 각국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