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의 홍보맨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회사 PR를 위한 보도자료 작성, 언론보도 실적에 대한 임원진의 압력, 그리고 까다로운(?) 기자들을 상대하기까지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치기 일쑤다. 때문에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대를 찾아 누워버리거나 시름을 잊어버리기 위해 TV에 빠져들기 쉽상.
하지만 삼보컴퓨터 홍보팀의 김선주 대리(30)와 세이퍼컴퓨터의 손극상씨(26)는 평범한 홍보담당자이기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인물. 두 사람은 홍보담당자로 각사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한 PR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는 어엿한 자신의 홈페이지 관리자로 변신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 있다. IT업계를 대표하는 PC업체들의 홍보담당자로서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제작, 수십만명의 방문자들을 모으며 진짜 PR가 뭔지를 눈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이다.
“컴퓨터 회사에 다닌다고 하니 다들 홈페이지가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남들이 자주 찾을 수 있고 저도 관심이 높은 별점이라는 콘텐츠를 택해 홈페이지를 오픈했습니다.”
지난 98년 8월 ‘선주의 별점이야기(http://www.sunzoo.net)’를 오픈한 삼보컴퓨터의 김선주 대리는 지금까지 40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유치하며 웬만한 법인 홈페이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주의 별점이야기’의 인기 비결은 단연 일별·주별·월별로 제공되는 별점 정보. 98년 사이트 오픈 당시 유행하던 수많은 별점 사이트를 벤치마킹한 그녀는 매일·매주·매월별 점궤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95년 삼보컴퓨터 최초의 여자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그녀는 당시만 해도 컴맹이라 영업전선에서 바로 뛰기는 곤란해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홈페이지 관리법을 두루 섭렵하며 홍보우먼의 기질을 살려 자신의 홈페이지에 삼보컴퓨터의 각종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보도자료란을 따로 구성하는 등 회사 홍보에도 톡톡히 기여를 하고 있다.
세이퍼컴퓨터의 홍보팀 손극상씨도 지난 2000년 3월부터 영화시사회 등 각종 영화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극상이의 시사회 주머니(http://my.dreamwiz.com/cinead/)’를 오픈, 그동안 71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화제의 인물.
대학 시절부터 천리안·크리넷 등 영화동호회에서 활동해 온 그는 취직 후에도 자신의 취미생활을 살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하루에도 최고 4000명에 달하는 방문자들이 찾는 이 사이트의 인기 비결은 역시 손극상씨가 직접 온라인 사이트 구석구석을 뒤지며 올린 영화시사회 정보. 또 200여장에 달하는 포스터 사진들과 각종 최신 개봉작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웬만한 영화 포털사이트가 안부러울 정도다.
특히 손씨도 홍보담당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파랗고 커다란 글씨로 ‘safer’라는 이름을 올려 놓아 지금까지 이 사이트를 방문한 71만명 네티즌의 기억에 세이퍼컴퓨터가 각인되도록 본연의 홍보역할도 잊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아마추어 홈페이지답지 않게 수십만의 방문자를 끌어 모은 인기 덕분에 남다른 경험도 많이 하고 있다. 김선주 대리는 홈페이지 덕분에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팬클럽을 결성하려는 네티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또 손극상씨는 홈페이지의 인기를 알아본 한 사업가가 홈페이지를 거액(?)에 구매하겠다는 제안까지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이들은 두 가지 역할을 진행하다보니 남들보다 두 배는 바쁜 생활로 힘든 점도 많이 겪어야 한다.
하지만 김선주 대리는 “때로는 회사일에 쫓겨 사이트 관리를 잊을 때도 있지만 방문자들이 메일로 독촉할 때면 다시 홈페이지를 떠올리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으며 개인적인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 도리어 활기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