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라고 하면 남성화된 여성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남성화는 여성CEO가 일의 추진력이나 결단성 등에서 남성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여성CEO들의 몸부림에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여성CEO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굳이 감추거나 남성화로 왜곡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CEO 특유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제이드팰리스의 이정근 사장(40)은 대표적인 케이스에 속한다. 조용조용한 목소리하며 부드러운 이미지는 천상 여자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성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기업을 운영해도 내실을 기한다면 외적 팽창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다.
이정근 사장은 지난 2000년 6월 10년 동안의 방송작가 생활을 접고 제이드팰리스를 설립했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 다니던중 ‘신디케이트 마켓’이란 용어를 접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눈을 뜨게 된 것이 계기다. 신디케이트 마켓이란 필름 마켓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의 콘텐츠 제작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구매자들이 모여 TV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사고 파는 곳이다. 방송사를 상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던 이 사장에게 세계시장이라는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이 사장은 작가생활을 통해 닦은 프로그램 제작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존 프로덕션들은 대부분 방송사와 계약한 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방송사에 납품합니다. 방송사에 주로 의존하는 구조죠. 신디케이트 마켓을 알게 되면서 이런 제작양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발견했습니다.”
제이드팰리스는 현재 ‘한국의 전통문화’를 주제로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기획에만 1년을 쏟아부었고 내년 겨울까지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사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제작비 대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죠. 지금은 기업 홍보영상물 제작이나 병원 홍보, 자서전 대필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작에 쏟을 역량을 잡다한 일에 허비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이런 일들 역시 그 목표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행복합니다.”
이정근 사장은 프로그램 제작뿐만 아니라 문화공연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한다. 콘텐츠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모두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 제작자이자 마케터’로 기억되는 것이 이 사장의 희망이다.
<글=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