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만 모든 국민의 가슴속에는 자신감을, 60억 지구촌에는 ‘원더풀 코리아’를 남긴 2002 한일 공동월드컵이 지난달 30일 폐막됐다.
대한민국 신화를 창조한 2002 월드컵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의 IT월드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스타, 최고 수혜자는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산업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정보기술력과 인프라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의 IT는 이번 월드컵에서 조심스럽게 세계인의 평가를 기다렸다. 평가 결과는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세계는 진정으로 한국을 IT강국으로 인정했고 사상 초유의 IT월드컵이라고 극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기대는 자신감으로 승화됐고 이제 우리 모든 국민은 이번 월드컵이 대한민국 IT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제공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세계 180개국 25억명의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개막식은 첨단 IT와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목시켜 미래 세계의 비전을 역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IT발전상을 소개했다.
또 비동기(WCDMA)식 IMT2000 시험통화를 통해 차세대 영상 이동통신기술에서 한국이 단연 앞서 있음을 전세계에 공표했다.
전국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에 갖춰진 무선랜·SDSL·HDTV 등 첨단 IT인프라는 한국을 찾은 많은 외국기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더욱이 한국의 승전보와 함께 세계인의 귀와 눈에 전달된 ‘IT코리아’ 이미지는 이번 월드컵이 표방한 캐치프레이즈 ‘IT월드컵’과 매치되면서 한국IT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IT월드컵 그 이후’는 세계인의 이같은 평가를 등에 업고 온국민의 일치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희망적이다. 더욱이 우리는 국가 최대행사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하지 못한 지난 88서울올림픽의 뼈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21세기에 다시 찾아온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 IT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는 공감대도 이미 정부·업계·국민 모두에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포스트 IT월드컵 대책도 신속하게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월드컵 대회를 통해 높아진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우리 수출업계가 넘어야 할 산인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월드컵 대회 기간 입증된 IT강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IT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내달에는 해외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어 한국경제의 역동적인 미래를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재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제5단체는 정부와 협력해 ‘포스트월드컵기획단’을 가동하면서 포스트IT월드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높아진 국가브랜드 이미지와 제품력을 앞세워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2002 월드컵이라는 역사적인 행사 앞에 하나가 됐다. 지난 한달 우리에게는 정쟁도, 노사간 갈등도, 이익단체간 비방도 없었다. 적어도 모두 하나된 붉은 물결, 우리의 하나된 자신감은 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이제는 이런 하나된 대한민국의 파워를, 국민적 에너지를 선진국 진입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철저히 계산된 냉철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한달간 세계의 이목을 동방의 작은 나라로 빨아들인 21세기 최초,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대한민국의 저력을 만천하에 과시한 2002 월드컵은 이제 역사속에 묻히지만 IT선진국 한국을 진원지로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 불었던 태풍은 ‘대한민국의 염원을, 꿈을 이뤄내는’ 훈풍으로 지구촌 곳곳에 남아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지켜볼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