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결산>IT월드컵을 빛낸 상품들

 90년 독일에 우승컵을 안겼던 프란츠 베켄바워 전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경기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개막식이 지금까지 본 개막식중 최고였다”고 감회를 밝혔다.

 ‘최첨단 정보기술(IT)과 동양적인 전통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치러진 이번 월드컵 개막식은 전세계인에게 한국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끌어냈다. 꿈의 영상전화, LCD와 PDP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의 향연 등은 전문가들만 알고 있었던 한국의 IT 발전상을 세계에 전파했다. 이제 개막식은 세계인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지워지겠지만 한국의 IT제품들은 세계인의 생활에 속속 침투, 월드컵의 추억을 떠올리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 디스플레이제품.

 ‘이제 세계인들이 한국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세상을 본다.’

 60억인의 시선이 모아진 지난 5월 31일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행사.

 ‘최첨단 IT의 총화가 빚어낸 조화의 상생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로 꾸며진 개막행사는 한국 첨단 IT를 세계에 전파하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물론 IMT2000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도 이날 행사를 빛낸 주역이었지만 셋째마당 ‘어울림’에서 LCD모니터를 얼굴로 장식한 디지털 인형이 전통복을 입은 북치는 소녀와 어울려 노는 모습은 첨단과 전통의 조화라는 독특한 주제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동원된 TFT LCD모니터는 디지털퍼포먼스 부문에 80대, 디지털 조형물에 100대, 디지털 대형멀티비전에 252대 등 총 432대. 마지막 넷째마당에서 나타난 대형 TFT LCD ‘에밀레종’과 그 속에서 나타난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이 번쩍거리자 관중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에밀레종 표면에 설치된 대형 TFT LCD는 15인치 LCD모니터 수십대를 가로, 세로로 연결해 대형 화면을 연출했으며 디지털 인형의 LCD에서는 인형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디지털 캠코더로부터 영상신호를 받아 수시로 달라지는 영상을 표현, 더 생동감이 넘쳤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우뚝서고 있다.

 이미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CRT, TFT LCD 등 소재분야와 모니터 그리고 PDP TV, LCD TV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국내 핵심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FT LCD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34.7%로 1위를 고수한 가운데 일본(32.8%), 대만(32.5%)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1위, LG필립스LCD가 2위.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하반기부터 5세대 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 중위권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태세다.

 모니터 분야도 국내업체들의 강세가 두르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50만대의 모니터를 생산, 2위와의 격차를 1000만대 이상 벌리면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LG전자는 1000여만대를 생산해 2, 3위를 다투고 있다. 실제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의 이미지와 국내업체들의 브랜드를 심어주는 TV의 경우에도 이러한 핵심소재 산업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내업체들이 일본을 따라잡을 태세다. LG전자는 디지털TV 부문에만 올해부터 오는 2006년까지 북미지역에 2억달러의 마케팅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며 올해 이 지역에서 5만대여대 규모의 PDP TV를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에만 프로젝션 TV·PDP TV·LCD TV 등 차세대 영상가전 분야의 글로벌 마케팅비용으로 총 1억달러를 책정했다. 월드컵 4강을 계기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한껏 높아진 지금,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제 이미지를 실체로 이끌기 위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무선랜.

 ‘네트워크로 연결된(wired) 월드컵.’

 호주의 IT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IT(http://www.australianIT.com.au)는 최근 월드컵 특집호를 통해 이번 월드컵의 IT인프라에 찬사를 보냈다.

 이 신문은 역대 최초로 두 나라에서 동시 개최된 2002 한일 월드컵의 IT시스템을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며 바다 건너 떨어진 두 나라와 300억 시청자를 연결한 이번 IT월드컵 인프라를 ‘사상 유례없는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20개 구장에는 100Mbps 이더넷과 802.11b 무선랜이 설치됐다. 경기장과 미디어센터, 뉴스 전송시스템과 경기 결과 집계시스템, 매표시스템, 숙박예약시스템이 도시간, 국가간 경계를 가로질렀다. 유선과 무선의 구분은 없었다. 두 대륙이 함께 웃고 민족과 민족이 화합하는 한 판 축제가 유선과 무선에 의해 ‘연결된(wired) 월드컵’에서 연출됐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선보인 IT인프라의 또 한가지 진면목은 각종 명승부와 이색장면을 역사에 기록하는 작업이 실시간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세네갈이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를 1 대 0으로 꺾은 역사적인 개막전, 우승후보에 올랐던 아르헨티나가 우승 문턱에 가기도 전에 16강행에서 좌절한 통한의 경기 그리고 월드컵에 출전한 지 48년 만에 사상 첫 1승을 따낸 대한민국이 16강, 8강, 4강 고지를 차례로 넘던 순간. 극적인 장면이 하나하나 연출될 때마다 월드컵의 역사를 담은 순간들은 셔터 소리와 동시에 전세계로 날아갔다.

 사진기자가 촬영을 하고 노트북PC로 사진 파일을 전송하기 위해 미디어센터로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없었다. 디지털카메라가 현장을 포착하는 즉시 사진을 담은 데이터 파일이 경기장 전체에 구축된 무선랜을 통해 4Mbps속도로 서버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각 경기장에 구축된 무선랜 시스템은 유무선을 연동한 네트워크로 사진과 기사를 실시간 송고하게 함으로써 언론의 속보경쟁에 새 지평을 열었다.

 월드컵 공식후원 통신사업자인 KT는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등 국내 언론과 교토뉴스, 요미우리, 마이니치, 주니치, 아사히 등 일본 주요 일간지에 공중 무선랜 서비스인 네스팟(nespot)을 제공했다. AFP, A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은 자체 무선랜을 구축해 지구 반대편으로 사진을 송고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IMT2000

 월드컵 기간중 방문한 외국인들은 첨단 IT기술을 이용해 월드컵을 치러낸 한국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중 가장 극적으로 등장해 돋보인 기술이 차세대 통신서비스인 IMT2000. IMT2000은 월드컵을 통해 상용화를 부쩍 앞당기는 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IT코리아를 알리는데 제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시연 경험을 통해 쌓은 서비스운용과 장비기술은 앞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을 선도하고 관련 장비와 서비스를 수출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3세대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비동기식(WCDMA) IMT2000은 빠른 전송속도를 확보, 음성전화는 물론 영상전화, 즉석 촬영사진이나 음악, 비디오메시지를 편집해 발송하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전송받는 주문형비디오(VOD) 등이 가능한 그야말로 신인류의 통신서비스.

 국내 업체가 일본 NTT도코모에 이어 두번째로 시연에 성공한 IMT2000은 월드컵 개막식에 극적으로 등장해 IT월드컵의 주인공임을 선언했다. 개막식 도중 스타디움 지붕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디지털메신저들이 관중석의 사람들끼리 영상통화를 연결해주는 장면이 전광판과 TV화면을 통해 전세계에 전송된 것.

 KT아이컴은 전국 14곳에서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를 시연해 미래의 통신서비스를 미리 체험하게 했다. 전국의 4곳 월드컵 경기장과 8곳의 월드컵 플라자, 서울 코엑스와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등 전국의 곳곳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제주도 서귀포와 서울 상암동 경기장 사이의 영상통화 시연은 효과만점이었다. KT아이컴은 월드컵 기간중 일본 이통사업자인 제이폰과 IMT2000 국제영상로밍통화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한일간 IMT2000 통화를 해낸 것. 세계 어디서나 단말기 하나로 음성과 데이터, 영상 등을 서비스 받을 수 있다는 IMT2000의 기본 개념을 가장 앞서 완성시킨 셈이다. 특히 LG전자의 단말기와 시스템을 활용해 로밍에 성공, 세계적 수준의 장비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앞으로 수출시장도 큰 가능성을 보였다.

 월드컵 기간중 빛난 또 하나의 IMT2000은 바로 동기식 IMT2000으로 불리는 cdma 1x EVDO서비스다. EVDO서비스는 GSM방식에서 진화한 비동기식과 달리 CDMA방식에서 진화한 3세대 서비스로 MMS와 VOD서비스 등이 현재의 네트워크에서도 가능해 투자기간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3세대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전국 각지에서 EVDO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당초 계획한 경기장면 실시간 중계서비스 등은 무산됐지만 SK텔레콤은 전국 26개 시에서 EVDO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KTF는 전국 10개 경기장내에서 EVDO서비스인 핌(fimm)을 시연중이다. 동기식과 비동기식 양진영이 서로 경쟁하듯 내놓은 IMT2000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는 IT코리아를 빛낸 IT월드컵의 수훈갑으로 꼽힌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