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06년을 기약한다.’
한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지금 성급한 일부 국민은 벌써 2006년 독일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2006년 한국팀의 성적은 어떨까. 4년후의 일을 벌써 예상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진 않지만 최소 16강은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인 데다가 미래를 내다보고 최성국, 정조국 등 꿈나무들을 한국국가대표팀에 합류시켜 2006년 월드컵에 미리 대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래 IT 꿈나무들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도약의 나래를 펼칠 전망이다. 이미 세계 일류제품으로 도약한 이동전화단말기,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전광판, 인터넷 전화 들이 바로 그 주역이다.
◇컬러전광판=국산 전광판이 월드컵날개를 달고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수백만 군중이 전광판 앞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가운데 길거리 응원전의 핵심장비인 대형 컬러전광판에 대해 해외바이어들의 구매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전광판의 엄청난 대중 동원능력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한국식 전광판축제를 자국에 퍼뜨리면서 하드웨어(국산 전광판)까지 함께 수입함에 따라 협소한 내수시장에 안주해 온 전광판업계가 일대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AP전자는 이번주 남아공으로부터 국제스포츠행사에 사용할 대형 전광판 7대를 3개월간 임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남아공의 한 관계자는 국제전화로 “TV로 한국의 길거리 응원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가능한한 빨리 컬러전광판과 운영인력을 보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또 중국과 태국 등지에서도 대규모 이벤트용으로 국산 전광판 수입주문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삼익전자, 대한전광 등 주요 전광판업체는 10개 월드컵구장의 대형 전광판 공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사실상 월드컵특수가 끝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월드컵 응원열기로 컬러전광판이 국민적 영상매체로 떠오르자 희색이 만연한 모습이다.
전국을 통틀어 30대밖에 없는 임대용 LED전광판은 하루 임대료가 1000만∼2000만원의 금값으로 치솟아 관련업체들은 월드컵 기간내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전광판이 절대적으로 모자라자 상당수 길거리 응원전에서는 대형 빔프로젝터, 멀티큐브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선명도와 밝기 면에서 전광판과 비교가 안돼 LED전광판의 주가는 오히려 치솟았다. 전광판이 국민들의 뜨거운 축구열기를 한 데 모으는 구심체로 떠오르면서 전광판업계 관계자들은 월드컵기간 내내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다.
대규모 군중이 몰려든 가운데 전광판이 갑자기 고장날 경우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밤새워 기기점검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수십만 붉은악마가 모인 응원장에서 축구중계 전광판이 꺼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이 되십니까. 아마 수억원짜리 전광판이 박살나고 소요가 일어날 겁니다. 경찰 고위관계자까지 나와서 우리 기술자한테 잘 부탁한다고 얘기했다니까요.” AP전자의 윤인만 사장은 4강전이 열리는 날 한달 내내 쌓인 피로때문에 코피까지 흘리고 몸져누었다.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강남 빌딩가를 비롯해 지방 대도시의 전광판마다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줄잡아 2000만명 이상이 전광판 응원전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국내 전광판업계는 빌딩에 설치하는 고정식 전광판대신 설치 및 해체가 간편한 임대용 전광판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광판이 각종 이벤트 행사의 필수장비로 당당히 자리를 굳혀 향후 국내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길거리 응원이 최대 히트가 된 이번 월드컵에서 국산 전광판은 바야흐로 수출의 최대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이동통신단말기=지난 5월 31일. 2002 한일월드컵의 막이 오르고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된 상암 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서 개막 페스티벌이 열기를 더할 즈음 갑자기 경기장 천장에서 10여명의 “디지털 메신저’가 줄을 타고 내려왔다.
IMT2000 단말기를 손에 든 디지털 메신저들은 관람석을 누비며 관중들에게 다가갔고 카메라가 내장된 IMT2000단말기는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찍어 곧바로 경기장의 초대형 전광판에 전송했다.
개막 식전행사로 마련된 비동기식(WCDMA) IMT2000 퍼포먼스는 전통과 첨단의 조화, 인류의 소통과 평화라는 개막 공연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IMT2000서비스를 구현한 LG전자의 비동기 IMT2000 단말기는 월드컵 메시지와 동시에 전세계 월드컵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대한민국이 통신단말기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업체들은 월드컵 기간에 3세대 시장을 겨냥, cdma2000 1x 단말기부터 컬러·디자인·벨소리 등 성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3세대 단말기를 선보이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잇따라 동기식 IMT2000인 cdma2000 1x EVDO(이하 EVDO)를 출시, 3세대 단말기시장 공략을 가시화했다. 삼성과 LG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EVDO 단말기를 선보임으로써 노키아 등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최고의 이동통신단말기=메이드인코리아’라는 공식을 실현시킨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6만컬러를 구현하는 고화질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탑재한 EVDO 단말기(모델명 SCH-V300)를 SK텔레콤 IMT2000 체험단에 공급한다. 신제품은 스트리밍 방식을 채택해 실시간으로 주문형비디오(VOD) 및 주문형오디오(AOD)를 이용할 수 있다. 단말기에 내장된 11만화소의 고화질 CMOS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전송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기존 음성·영상·텍스트·배경음악을 한번에 송수신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기능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월드컵 한달 전부터 KTF와 공동으로 EVDO 단말기(모델명 LG-KH5000) 로드쇼를 진행하고 시판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퀄컴의 MSM5500칩과 11만화소를 지원하는 내장형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LCD화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어느 각도에서나 동영상 및 사진촬영후 전송이 가능하다.
월드컵을 통해 최초로 선보인 비동기 IMT2000단말기는 영상전화는 물론 즉석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음악, 비디오 메시지 등을 자유롭게 편집해 발송하는 MMS,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전송받는 주문형비디오(VOD) 기능을 제공한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인터넷전화=음성데이터통합(VoIP)기술과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차세대 통신의 핵심어로 꼽힌다.
음성서비스를 IP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VoIP기술은 음성, 데이터, 팩스 등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제공한다는 차세대네트워크(NGN)를 가능케 하며 통신망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에도 인터넷전화가 촉망받는 신인으로서의 역할을 곳곳에서 해냈다. 서울 코엑스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50여대의 인터넷전화가 설치됐다. 일반전화와 같은 이용자 환경을 제공하되, 일반전화와 달리 VoIP 게이트웨이와 데이터망을 타고 신호가 전달되는 인터넷전화서비스는 대회기간중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확인했다.
월드컵 네트워크를 구축한 장비들은 모두 안정성을 100% 확보한 제품이다. 안정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장비는 첨단기술이라도 입장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화를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의 안정화 정도를 말해준다. 10개 경기장과 미디어센터, 조직위 네트워크를 모두 인터넷전화로 연결한 일본과 달리 IMC에만 설치된 점은 아쉬웠지만 안정적인 대회운영 지원을 해냈다는 점은 VoIP기술 발전과정의 의미있는 전환점이라는 평이다. 이에따라 확산의 지체에 따른 침체국면에 접어든 국내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는 그밖에도 외국인 관광객에 무료사용 카드로 배포, 맛보기로 사용토록 했으며 공항 등의 무인안내대 키오스크에도 인터넷전화 아이콘이 설치돼 호텔이나 관광업소 등과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제공됐다.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한 이들 서비스에 대해 외국인들의 호응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VoIP기술은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 올(All) IP 네트워크로 들어서는 통신망의 진화에 따라 각종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 통신표준안인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를 적용한 장비가 설치되면서 다자간 회의와 멀티캐스트 등 다양한 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KT는 최근 SIP망을 확충하고 차세대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통신망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KT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반전자교환기를 액세스 게이트웨이로 전환하고 장비를 개발해 기존 회선교환 방식 시스템을 패킷교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2006년까지는 네트워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용 패킷전달망 구축과 소프트스위치의 적용을 단행하고 그이후에는 단일망을 통한 유무선 트래픽 처리,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음성 및 데이터통합서비스 제공을 계획중이다. 이에따라 구축된 SIP망을 통해 KT는 MSN 메신저폰 서비스를 시작하는 한편 향후 사업모델 구상과 사업 본격화 시점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