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株 `월드컴`과 다르다

 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 및 데이터 통신회사인 월드컴의 회계조작 의혹이 전세계 증시를 마구 흔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월드컴의 회계조작 의혹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업계 일각에선 월드컴 회계의혹이 전세계 통신주에 악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더욱 냉각시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IT업종인 통신주는 월드컴과는 차별화돼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통신주와 월드컴을 회계적 측면, 재무적 측면, 수익성 측면에서 비교·분석해 봤다. 편집자

 

 ◇회계적 측면=국내 통신사업자들의 회계처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국내 사업자들도 월드컴과 같은 회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 우려가 있는 국내업체의 회계처리 부문은 대부분 해소된 상태라 는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실 월드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의 회계처리가 잘못됐는지 밝히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일단 설비투자 부문을 처리함에 있어 38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먼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비용 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단말기 보조금 처리 문제가 해소됐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과 관련, SK텔레콤은 전액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KTF와 LG텔레콤은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여러 기간으로 나눠 비용처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LG텔레콤은 보조금 관련 비용을 일시에 떨어내며 무려 44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유선사업자들은 설비투자와 관련, 아파트 구내시설 설치비용의 일부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비용처리는 깔끔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재무적 측면=보통 재무 비교를 위해서는 EBITDA를 많이 사용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순차입금에서 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비)를 뺀 수치는 SK텔레콤이 0.9배, KT가 1.8배, 버라이존 2.8배, 월드컴 2.8배다. 이는 당장 설비투자를 중지시켰을 때 SK텔레콤의 경우 1년 정도면 모든 차입금을 갚을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월드컴의 경우와 같이 EBITDA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 영업이익이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대두돼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부채비율을 비교해봤다. 국내 유무선 대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각각 105.5%와 121.4%다. 월드컴은 126.1%, 버라이존은 무려 452.5%에 달했다.

 ◇수익성 측면=수익성은 국내와 미국 대표 사업자들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본연의 사업에서 얼마 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살펴보기 위해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무선사업자인 SK텔레콤과 버라이존은 각각 34.3%와 20.1%, 유선사업자인 KT와 월드컴은 각각 26.4%, 10.4%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하게 영업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현금흐름인 EBITDA마진율(EBITDA/매출)은 SK텔레콤이 49.7%, 버라이존이 40.4%였으며 KT와 월드컴은 각각 47.0%와 26.7%로 나타났다.

 이영주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국내 통신주의 경우 내수 기반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생 변수인 해외 통신주들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 국내 통신주가 동반 하락한 것은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심리적인 영향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