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지구촌 60억 인구의 눈과 귀를 ‘대한민국(KOREA)’에 모았던 ‘2002 FIFA 한일월드컵’이 31일간의 숨가쁜 여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국 거리거리를 붉은 물결과 불꽃놀이로 뒤덮었던 축제의 밤이 아쉽게도 끝이 났다. 지구촌 최대축제는 일본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4년 뒤 독일월드컵을 기약했다.
그러나 수많은 이변과 기적이 일어나고 신화와 전설이 창조됐던 이번 월드컵의 최후의 승자가 한국과 4700만의 한국민이라는 데는 의견이 없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무한한 잠재력과 저력, 그리고 가능성을 깨닫게 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가슴 깊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도 갖게 됐다.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일치된 붉은 마음으로 세계 축구역사의 중심을 아시아로 바꿔놓았고 전세계에 단결과 화합, 자율과 창의력의 붉은악마 정신(red spirit)을 전파했다.
뿐만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KOREA’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이를 통해 정보기술(IT) 등 우리 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IT기술력의 세계화도 이뤄냈다. 첨단 IT기술과 우리 전통문화를 접목해 세계의 비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개막식 IT퍼포먼스와 비동기식(WCDMA) IMT2000 시험통화를 통해 차세대 영상 이동통신 기술에서 한국이 단연 앞서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번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닌 IT월드컵으로 승화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지금 우리는 그동안의 축제를 마무리하고 ‘포스트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매일 월드컵 본선 같은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월드컵, IT월드컵에서 높아진 위상을 활용해 과실을 따야 할 때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번 월드컵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후속정책을 내놓아야 하고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월드컵 개최국민으로서, 붉은악마의 신화를 창조한 주역으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같은 범국가적인 노력은 월드컵 대회의 개최나 본선에서의 선전이 해당국 경제성장에 별다른 실익을 주지 못한다는 전례에 비춰볼 때 더욱 시급하다. 본지가 최근 20년간 월드컵을 개최한 5개국의 당해연도와 이후 경제지표를 조사한 결과, 82년 월드컵 개최국인 스페인과 90년 이탈리아를 제외한 2개 국가만이 불과 한자릿수의 무역수지 증가율을 보였을 뿐 멕시코(86년), 미국(94년), 프랑스(98년) 등은 모두 개최 당해연도 무역수지가 전년 대비 평균 30%대 이상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실제 산자부의 ‘6월중 수출입 실적 잠정집계’에 따르면 6월 우리나라 수출실적은 1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5월 정부가 예상한 수출증가율 6.2%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특히 무선통신·컴퓨터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IT분야의 수출실적이 30∼4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잔치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잔치로 끝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실장은 “월드컵 분위기의 이상과열은 근로의욕 상실과 과잉투자, 과소비 등을 야기해 자칫 남미국가들과 같은 버블경제 사태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며 포스트 월드컵 전략 수립시보다 냉철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도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비즈니스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뒤처쳐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전파된 IT코리아의 눈부신 위상은 포스트 월드컵의 성공여부가 어디에 달려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 IT기업들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와 국민, 우리 IT기업들은 모두 합심해 ‘포스트 월드컵’을 이끌어나갈 ‘스타제품, 스타기업’을 키우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