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제조업체 `PL法 갈등`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되면서 유통업체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몇몇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이 자사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PL법과 관련한 새로운 계약조건 및 각서 등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PL법에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1차적인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사에 혹시나 PL불똥이 튈까 우려해 ‘100%, 무조건, 전적’ 용어를 사용해가며 서류상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업체간 불공정 거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명 L백화점의 경우 입점업체 및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PL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해 해당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백화점의 입점업체 관계자는 “PL법상에 상품결함으로 인한 책임에 대해서는 제조 및 제품 판매업자가 지는 것이 명시돼 있는 데도 새로운 납품 계약서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상품 결함 외에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 제조업체 및 유명 브랜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입품 납품업체 및 중소 제조업체에 대해 유통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몇몇 백화점뿐 아니라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라는 것이다.

 당초 PL법에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이 제조업자에게 있다는 점을 들어 그다지 신경쓰지 않던 유통업체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납품업체를 상대로 신규 계약 및 PL보험 가입 확인 등을 요구하고 나서 입점업체 및 중소 제조업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PL전문가에 따르면 “PL법으로 인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분쟁은 물론 제조와 제조, 유통과 유통간 분쟁은 계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PL사고가 실제로 발생해 유통업체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업체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