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DAB 어디 관할인가?

 위성디지털라디오(DAB)에 대한 논란이 방송과 통신을 둘러싼 사업자간, 주무부처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위성DAB에 대해 기술표준 제정작업을 서두른 데 이어 지난 27일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초안을 통해 위성DAB를 통신서비스로 발표하자 방송위원회는 위성DAB가 방송고유역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방송사 관계자들은 특정기업에 대한 지나친 편의 제공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하는 등 위성DAB에 대한 정통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논쟁의 시작=위성DAB 논란은 연초 SK텔레콤의 위성DAB 사업방침이 밝혀지면서 경쟁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반발한 데 이어 지난 5월 해당주파수대역을 무선케이블TV전송용(MMDS)으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멀티넷이 정통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국멀티넷은 기활용되고 있는 해당주파수대역을 정통부가 위성DAB용으로 회수해 SK텔레콤의 위성DAB에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SK텔레콤에 대한 특혜’라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위성DAB란=위성DAB는 위성을 이용한 디지털라디오 방송서비스를 일컫는다. 기술발전과 주파수의 광대역 특성에 따라 개인 휴대형 단말기나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공도 가능해졌다. 가입자들이 휴대폰이나 PDA, 차량단말기를 통해 TV나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의 이동통신망에 연결할 경우 도심은 물론 지하철에도 이동수신이 가능한 매체다.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 때문에 오히려 위성DAB의 역무구분이 모호해졌다. 단순히 디지털라디오 서비스로 봐야할지, 라디오를 기본으로 방송·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위성방송으로 봐야할지, 또는 단말기를 통해 방송이 가능한 양방향 통신서비스로 봐야할지 영역 구분이 애매해졌다.

 ◇정통부의 속전속결=정통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방송위원회의 위성DAB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는 별개로 기술표준만 만들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SK텔레콤과 방송사 관계자들까지 포함시킨 가운데 위성DAB 기술 표준 논의를 진행해왔다. 급기야 정통부는 위성DAB를 전기통신사업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통신서비스로 분류, 스스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방송법이나 방송위원회와는 관계없이 정통부 의지대로 위성DAB를 조율할 수 있게 된다.

 ◇방송위원회와 방송사업자들의 반응=정통부의 급작스런 발표에 방송위는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는 반응이다. 방송위원회는 28일 고위대책회의 끝에 ‘방송법과 방송위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정통부의 발표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나왔다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미 방송용으로 공고된 상향대역이 없는 주파수며 이를 통신서비스용으로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은 일단 거대 통신사업자가 방송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며, 정부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한국프로듀서연합회측은 회보를 통해 “새로운 방송매체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할 필요성 진단이나 다른 매체와의 관계설정, 시청자의 의견수렴, 예상되는 문화적 파장 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며 “정통부의 최근 움직임은 특혜 의혹”이라고 공박했다. 프로듀서연합회측은 “주무부처인 방송위원회를 제쳐놓고 국민의 공적자산인 방송용 주파수를 통신재벌에 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SBS의 한 관계자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이동수신이 가능한 위성DAB 사업에 진출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라디오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부터 상용화될 지상파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카이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국책과제로 허가된 디지털위성방송이 상용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른 위성방송을 논의하느냐”고 반문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